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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Jul 27. 2023

처음에는 싫었는데,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나요?

소소무물 | 37번째 이야기

키티언니

서른이 넘으며 약간은 오만한 바로미터가 생겼습니다. 바로 처음 본 사람의 얼굴, 목소리, 몸짓, 몇 마디로 그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촉'이라 부르기도 하고 농담을 보태 '인사이트'라고도 했죠. 속속들이 알 수 없기도 하거니와 귀차니즘까지 더해져 첫인상으로 판단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끄럽지만, 고백을 하겠습니다. 첫인상으로 친해질 사람, 멀리할 사람을 많이 정했었어요. (신기한 건 첫눈에 반한 사람은 없다는 것...) 그러다 제가 처음 받은 느낌으로 그 사람을 끼워 맞추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좋은 사람은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봤어.', 싫은 사람은 '넌 그럴 줄 알았다.' 식으로요. 


그러나 제 예상과 다른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단박에는 좋았으나 점점 안 맞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었고요. 반대로 처음에는 싫었는데 좋아진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원래 좋았던 사람보다 더 좋아지기도 하더라고요.


예전 회사 후배 중 K가 그랬습니다. 진한 이목구비, 특히나 살짝은 올라간 눈꼬리.. 예쁘지만 소위 세 보이는 인상이었죠. 아나운서 준비한 이력으로 또박또박한 그녀의 딕션이 제 맘 속 벽을 높게 쌓아 올렸습니다. 자기 기준도 명확하고, 스타일도 강했습니다. 마냥 '네네'하며 넘어가지 않아 까다롭게 느껴졌죠.


어렵더라고요. 밑으로 들어왔는데.. 쩝. 한동안은 거리 아닌 거리를 뒀습니다. 업무 이야기와 적당한 농담 외에는 굳이 말을 걸지 않았죠. 몇 달쯤 지났을까요? 그 친구에게 스며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일을 끝까지 완수하려는 책임감과 자기 분야에 있어 해박한 지식에 저도 모르는 새 넘어갔나 봐요. 그 친구가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일을 보며 깐깐하게 군다고 생각했었는데, 한번 살피며 저도 일이 늘었습니다. 거기다 신상 간식도 공수해 나눠주기까지 하니 버틸 재간이 없었죠.

허물어진 마음의 벽은 다리로 바뀌었습니다. 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까지는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둘 다 그 회사를 그만둔 지 꽤 지났으나 종종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사례가 있음에도 첫인상으로 쉽게 이해하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쉽게 파악하려는 습성을 알기에 경계하려 노력해요. 좋았던 사람도 나랑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싫었던 사람도 좋은 부분이 많다는 걸 인정하려 합니다. 여전히 어렵지만요.


미티님은 어떠신가요? 싫었는데, 좋아진 사람이 있으신가요?





치타미티

오랜만에 키티언니의 질문을 받아 신선한 느낌이에요! 

신기하게도 저에겐 첫인상이 별로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꽤 긴 시간 마음의 문을 열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 어느 정도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우선 저는 첫인상의 바가 아주 낮은 타입이에요. 모두 괜찮은 사람 같고, 내가 알지 못하니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다는 진공 상태의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야말로 첫인상이 나쁠 건 없기에 저 스스로도 좋은 첫인상을 남겨주려 상대방에 노력하는 편이에요. 한 번 보고 말 사람이라면 특히 좋은 인상으로 시작하여 마무리를 짓자. 뭐 이런 이상한 신념이 있어요.


저에게 첫인상이 별로 인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죠. 예의 없고, 함께 있는 상대방에 무례한 말투에, 뭐든 자신은 다 아니 그만 말하고 내 말이나 들으라는 제스처와 표정을 5분 정도의 대화에서도 전부 보여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처음에도 싫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싫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아 그렇군요^^' 모드로 있다가 뒤도 안 돌아보고 마주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좋아지는 사람들은 앞에서는 강해 보이고, 단단하며 자신만의 생존 방법이 분명해 보이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 사람의 생각, 신념, 행동하게 된 이유 등을 들을 때 인듯해요. 꾸밈없이 온전히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줄 때 어떤 사람이 '그래도 당신이 싫어요' 하겠냐만은 저에겐 그런 이야기들이 오래 기억에 남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부가 되더라고요. 


저에게도 그런 팀원이 있었어요. 언제나 밝고 싹싹하고 과한 에너지가 넘쳐서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그 사람만의 업무 방식이 유독 과하게 느껴지고 보이기 식이라고 생각되었어요. 하지만 늦게까지 야근을 하던 날, 팀원이 이 회사에 온 이유와 열심히 하는 이유, 그 사람만의 목표를 들었을 땐 온전히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날 이후 그 사람을 보는 시각도 완전히 달라지고요. 서로 다른 회사에 있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근황을 보며 좋아요와 짧은 안부 DM을 편하게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어요.


여전히 싫은 사람의 상이 분명해서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기까지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그 사람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면 좀 달라질까요? 이건 스스로에게도 조금 궁금한 부분이네요. 

(아직까진, 음, 싫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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