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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May 01. 2019

서른여섯, 안녕한가요?

다시 글을 쓰는 이유

서른여섯, 지금의 나를 글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서른넷의 내가 그랬고, 다음 해의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그것들이 모인 나의 한 달, 일 년은 나조차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다시 글을 쓰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스물넷의 나는 기자였다. 단독기사를 들으면 빨리 글을 쓰고 싶어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사람이었다. 일을 하면서 가슴이 함께 뛰는 걸 느꼈다. 스물일곱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잠시 배움을 시작했다. 그 시기를 거쳐 두 번째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좋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번듯해 보이는 회사였다. 내가 하는 일은 꽤 그럴싸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일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기획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그 회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서른 살의 나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에 출근하고 있었다. 결혼을 했으니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었고, 일은 손에 익어 몸이 힘들지 않았으며, 함께 일하는 사람도  좋았다. 그러니 걱정도 없었다. 별 일 없이 살았다. 그 모든 시절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기사든, 제안서든, 리포트든.


서른다섯의 나 역시 별일 없이 살고 있다는 점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별일이 없는 것이다. 여섯 살 첫째 아이가 편식을 한다는 것과 세 살 둘째가 첫째 아이와는 다르게 어디든 올라가려고 한다는 것 말고는. 하루, 한 달, 일 년을 돌아보면 아이들이 크고 있다는 것 말고는 나에게 아무런 일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엄마들이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토닥이지만 사실 그런 말은 내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자신하지만, 아이의 나이만큼 나의 쉼표가 길어지고 있음이 불안하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서른한 살에 뭐 했어?”

 “아이 낳았지.”

“그럼 서른둘엔?”

“아이 봤지.”

“서른세 살엔?”

“그때도. 참! 임신을 했어.” 

“서른네 살도?”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또 다른 아이를 낳았지”

”서른다섯은?”

“음,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지” 

질문은 짧아지고 대답은 점점 갈 길을 잃는다. 서른여섯,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글을 쓰는 데는 컴퓨터와 커피면 족하다. 워드 창을 띄워놓고 글을 시작하기 전의 설렘은 써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그 생각이 들고부터 무척 글이 쓰고 싶어 졌다.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글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했던 일, 지금 하고 싶은 일, 앞으로 할 일을 글로 적어 남겨놔야겠다. 별일은 없지만 생각조차 없이 사는 건 아니다. 흐르는 나의 모든 하루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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