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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Apr 05. 2021

코로나 시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요 며칠 신이 나 발걸음도 가볍게 학교로 달려들어간 첫째가 등굣길 교문 앞에 멈춰서 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였다.


“지안이가 왜 학교에 가기 싫을까?”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엄마도 지안이랑 있고 싶지. 근데 학교는 가야 하는 거야. 일단 학교는 가고 이따 엄마랑 얘기하자.”


1교시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일단 아이를 달래서 들여보냈다.


 


하교한 아이를 일단 빵집에 데려간 뒤 초콜릿이 얹힌 크로플을 사 먹여 기분 좋게 만든 뒤 물었다. 


"지안이가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건지 말해줄 수 있어?"


잠시 생각하던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이 계속 자리에 앉아만 있으라고만 하고, 친구랑 얘기도 못해.”


“원래 수업 시간에는 앉아있는 거야.”


“쉬는 시간에도 그래. 책 읽거나 종이접기 하거나 그런 것밖에 못해”


새 친구들과 재밌게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초등학교 생활이 자신의 생각과는 좀 달랐던 모양이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지금 1학년의 생활은 그간의 초등학교 1학년들의 생활과는 좀 다르다. 



짝꿍이 없는 자리, 책상엔 투명 칸막이가 세워져 있다. 아이들은 모두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친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아이는 유치원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의 반이란 것도 입학식 다음날 한 명씩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을 때에야 알았다고 했다.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은 친구들과 접촉이 생길 수 있는 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1교시와 2교시를 붙여서 수업을 듣는다. 이제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1시간 20분 동안 앉아 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말고는 가능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아이들 간의 접촉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다. 친구들과 이야기할라치면 선생님께서는 친구들과 모여 있지 말라고 한다.


 


그래, 입학 전 엄마의 설명과는 좀 많이 다르지 싶긴 하다. 나는 아이에게 친구들과 신나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 학교라고 설명했었다. 


 


지안이는 게다가 잘 모르는 친구들 앞에서 좋아하지 않는 노래를 부르며 율동도 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조금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에 있으면 엄마가 보고 싶단다. 초1의 애환을 듣고 보니 하나같이 이해가 간다. 


 


“원래 코로나가 있기 전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노는 게 신이 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좀 힘들지.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네....."


 


눈물까지 보인 아이를 달래 집으로 돌아와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언니는 올해 1학년을 맞았다. 아이 얘길 꺼내자 언니가 말했다. 자기가 반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하는 얘기가 뭔 줄 아냐며. 



자리에 앉아 있어라


친구와 얘기하지 마라 (쉬는 시간에도 ㅠ)


친구랑 붙어있지 마라


친구의 물건을 빌리지 마라


란다.


 


원래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닌데, 아이들에게 계속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선생님의 마음도 아프다고 했다. 언니는 지안이를 바꿔 달라며 친절하게 얘기했다.


 

아이는 학교 가는 길 여러 번 뒤를 돌아보며 엄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이 계속 앉아 있으라고 하고 친구들하고 얘기하지 말라고 하지? 이모도 이모반 친구들한테 그래....(중략). 근데 학교는 원래 신나고 재미있는 곳이야. 지금 비록 코로나 때문에 짝꿍도 없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좀 지나면 그런 날이 올 거야.



그리고 지안이가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고 율동하는 게 하기 싫으면 그냥 대충 하는 척만 해. 그래도 괜찮아."


 


언니는 안타깝다고 했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말하면 안 되고 쉬는 시간에도 앉아만 있어야 하는 그런 곳이 될까 봐. 


 


그래도 1학년 아이 엄마들끼리는 유치원 졸업식 한 게 어디냐고, 초등학교 입학식 한 게 어디냐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1학년이었던 올해 2학년은 유치원을 다니다 말고 갑자기 등원 중지가 결정됐고 유치원 친구들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집에만 있다가 입학식도 없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렇게 학교를 가다 말다 하다 준비도 없이 2학년을 맞았다. 갑자기 2학년이 된 아이들은 확 늘어난 숙제에 버거워하고 있다고 2학년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말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게 한둘이겠냐마는,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과 올해 1학년 아이들에게서 즐거운 첫 학교생활의 기억을 앗아간 건 정말 너무나 미안한 일이다.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전에 하던 많은 걸 못하고 있다고 투덜거리지만, 정작 아이들이 감내하는 희생은 잘 잊는 것 같다. 



이 아이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때가 오면 정말 원 없이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재미있는 곳이라는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친구의 얼굴을 마주하고 손잡고 노는 게 행복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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