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정 Oct 18. 2022

미라클 모닝 실패기

잠 / 대신 꿀보다 달콤함 미라클 슬립

다들 미라클 모닝 성공기만 올리기에, 나는 당당히 실패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 뿐이다. 뭐 그렇게 맨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성공하고 그러냐! 사람이 실패도 하고 못 일어나고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분명 잘 일어나고 있었다. 꼭 새벽 6시 정각은 아니어도 6시 10분을 전후로 발딱발딱 일어났단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그렇게 저녁마다 골골댈 거면 6시에 일어나는 거 안 하면 안 돼?"

"뭐야~ 언제는 나 일찍 일어나서 좋다며~"

"아니 그래도 저녁 8시부터 그렇게 힘들어할 거면 그냥 자"


내가 오후가 되면 많이 골골대긴 했다. 저녁식사를 준비할 즈음엔 남은 에너지를 쥐어짰고, 설거지가 끝나면 어떤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양 흐물흐물.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침대에 누워버린 날도 한둘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나는 잠을 줄인 게 아니라 그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을 뿐인 거다. 40년 가까이 아침잠 많은 사람으로 살았는데 내 잠이 어디 가겠어! 


남편이 그 말을 할 즈음 나는 미라클모닝 3개월차에 접어들었고, 초1 학부모의 긴장감이 얼추 풀렸으며, 새벽 6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아이는 지각없이 등교를 잘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나도 에라 모르겠다. 그의 간청도 있고 하니 내일은 푹 자보련다!


그날부터다. 내 새벽 기상이 흐트러진 건. 


그리고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졌다. 전과 같이 자도 아침에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다. 손목에서 새벽 6시부터 알람이 울리면 뭐하나. 나는 그걸 끄고 자는데. 6시 30분에 또 울리면 뭐하나 또 끄고 자는걸. 끄고 잘걸 알면서도 알람을 삭제하지 않는 나는 또 뭐란 말인가!


지난 주말 아침, 자던 대로 자고 가족 중 제일 늦게 일어났더니 남편이 또 이러는 거다.


"그래도 너무 자는 거 아냐?"

"언제는 6시에 일어나지 말라며!"

"아니 근데 새벽에 안 일어나도 밤에 힘들어하잖아. 그럼 그냥 일찍 일어나는 게 낫지 않아?"

"어쩌라고!"


그동안 이 달콤한 어찌 줄였나 싶다. 모두가 미라클 모닝을 외쳐대는 시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나은 것처럼 말하는 이때에 나는 소리쳐 외쳐본다. 잠 많고 좋아하고 잘 자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꿀보다 달콤한 이 기분 좋은 잠을 나는 계속 즐겨보겠다고!


이전 08화 세상 부러운 취미 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