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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Jul 03. 2019

보통사람이  악플을 받게 되면

머리가 하얘지고, 손이 덜덜 떨리며, 심장은 벌렁벌렁 거립니다

갑자기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난 후 1시간쯤 지나서였나. 별생각 없이 댓글을 열었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악플이었다. 입에도 담기 힘든 말이었다. 순간 표정이 굳었고, 마음이 아주 좋지 않았다.


또 알림이 울렸다. 첫 댓글에 벌렁거리는 심장이 가라앉기도 전인데 또 악플이다. 머리가 하얘지고 심장이 쿵쾅 뛰었다. 난 그 자세로 얼어붙었다. 이제 막 2개의 악플을 읽었을 뿐인데 또 악플이 달렸다. 일단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또 알람이 울렸지만 계속 댓글을 읽었다가는 정신이 너덜너덜 해질 것 같았다. 4개쯤 읽은 뒤부터는 더는 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글 쓰면서 악플을 받아보긴 꽤 오랜만이다.


전에도 악플은 종종 받았었다. 기자로 일할 때 기사에 악플이 달렸었다. 그때는 사실 아무렇지 않았다. 대부분 ‘좌파, 빨갱이’ 뭐 이런 내용이라 읽어도 전혀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저런 댓글은 파급력 있는 기사(파급력이 있다고 꼭 좋은 기사라는 건 아니지만)에 달리기 때문에 오히려 많이 읽혔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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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쓴 글에 대한 댓글은 다르다.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랫집 사람들의 화였을 것이다. 몇 개 읽은 댓글의 내용을 순화해서 정리하면, 어떤 사람은 가해자 주제에 스트레스 운운하냐고 했고 어떤 사람은 아랫집이 예민하다는 말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뒤의 댓글은 더 이상 읽지 않아 뭐라고 했는지 알 수 없다.  이해한다. 나 역시 층간소음의 피해자일 때는 사실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다.


일단 반박하자면, 우리 집은 동네 아이들 집 중에 가장 많은 면적에 매트가 깔려 있다. 집 모든 곳에 매트를 깔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서재, 드레스룸에도 매트를 깔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집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는데 이것이 그렇게 악플을 달만한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 내 마음이다. 누가 나의 감정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람마다 입장이라는 게 있다. 아랫집의 입장이 있고, 윗집의 입장이 있다. 윗집 입장에서 글을 썼던 게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랫집 입장의 사람들에겐 불편했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다만 아랫집 못지않게 윗집도 힘들 수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다 말고 문득 내가 왜 시간과 정성을 들여 글을 쓰고 욕을 먹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다가 그래도 글을 써야지 하면서 주제를 가려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자기 검열이 시작되는구나.


연예인들이 악플에 상처 받고 눈물을 흘리며 급기야는 자살기도도 한다는 연예뉴스를 보면서 뭐 저런 말에 신경을 쓰나 하고 쉽게 생각했다. 반성한다. 나는 악플 몇 개에 온 뇌가 공격을 받는 기분이었으니 셀 수 없이 많은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시작한 프로그램 JTBC2 ‘악플의 밤’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악플로 하루 종일 벌렁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간밤의 잠까지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글에 18개의 댓글이 달려있는 것을 보고 일단 글을 비공개로 돌렸다. 작가의 서랍 속으로 들어온 글의 나머지 댓글은 앞으로도 읽지 않을 생각이다. 누군가는 악플도 글쓴이가 감당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아직 난 그런 그릇은 못되나 보다. 서둘러 글을 내린 걸 보면. 다시 글을 공개로 돌려놓는다 해도 나는 앞으로 그 글의 댓글은 읽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꽤 단단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악플에 한없이 벌렁거리는 심장을 보면 나는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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