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정 Nov 13. 2019

실리콘밸리 커피 3대장,  필즈커피·블루보틀·피츠커피

누가 커피에 민트 잎을 넣었을까?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남편은 소개해줄 커피가 있다고 했다. 나는 새 커피를 소개받을 때마다 소개팅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매장의 분위기와 함께 새로운 커피 맛을 즐기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특히 이 커피들은 이곳 태생으로 이 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블루보틀은 이제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San Francisco Bay Area)에서 탄생한 필즈 커피(Philz Coffee),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 피츠 커피(Peet’s coffe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왼쪽부터 필즈커피 민트 모히또 라테, 블루보틀 뉴올리언스, 피츠커피 아이스 라떼

실리콘밸리를 닮은 필즈 커피 ‘민트 모히또 라테’

‘누가, 도대체 왜, 커피에 민트를 넣을 생각을 한 걸까?’ 처음 필즈 커피의 대표 메뉴인 ‘민트 모히또 라테’를 받아 든 뒤 나는 생각했다. 그것도 한 두장 올린 게 아니라 왕창 들어가 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컵에 남겨진 민트 잎을 보면 놀랄 정도다. 민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잎도 씹어 먹는다지만,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다. 달달한 라테 맛에 민트의 향이 은은하다. 그러고 보니 ‘민트 모히또 라테’는 혁신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를 닮았다. 이런 신선함 때문에 남편은 산호세에 도착한 뒤 필즈 커피를 가장 먼저 소개해 준 거구나!


우리가 들른 토요일 낮의 캠벨 가 필즈 커피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자유롭게 무리를 지어 않은 이들의 손에 들려 있던 필즈 커피는 ‘여기가 실리콘밸리!’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곳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커피빈을 갈아 오직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원두, 샷, 시럽, 온도 등 모든 것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계산을 한 뒤 커피를 받는 여느 커피 전문점과 다르게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주문한 뒤 결제를 나중에 하는 게 이곳의 특징이다.

필즈 커피 매장

필즈 커피는 미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20개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다. 6개 점은 샌프란시스코에 나머지 14개는 실리콘밸리 곳곳에 위치한다. 필즈 커피는 페이스북(Facebook)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애정 하는 커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필즈 커피를 페이스북 본사에 임대료도 받지 않고 입점시켰으며 자신의 결혼식에서도 특별히 주문했단다.


한국에서도 못  본 블루보틀을 산호세에서 가보네

한국에서도 블루보틀 커피를 마실 수 있다지만, 나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는 블루보틀의 상륙으로 떠들썩했다. 오픈 뒤 한참 동안 성수점에서는 몇 시간 줄을 서야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했다. 그 맛이 아무리 궁금한들 커피 한 잔 마시러 서울까지 가서 몇 시간 줄을 서고 있을 수는 없었다.


블루보틀 커피 맛이 궁금하던 차에 산호세에서 만나게 됐다. 이날은 오직 블루보틀 만을 위해 로 알토(Palo Alto)에 들렀다. 이곳 매장은 입구부터 여느 커피숍과는 다르다. 햇빛이 잘 드는 테이블에서, 분수대 옆 낮은 의자에서, 혹은 높은 테이블에 의자도 없이 서서 노트북을 켜고 각자의 커피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다.


팰로 알토의 블루보틀 커피.

나는 따뜻한 카페라테를 마시려 했으나 남편은 여기서는 뉴올리언스를 마셔야 한다고 했다. 마침 날도 더워 남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뉴올리언스의 첫맛은 강하다. 잘은 몰라도 확실히 원두가 다르구나 싶다. 프랜차이즈임에도 특별한 맛을 낸다는 점이 이곳의 강점인 듯하다. 하얀 바탕에 파란색 보틀의 디자인과 뉴올리언스의 매력적인 커피 맛이 애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보틀 역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이곳 태생 커피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벅스, 피츠 커피

이곳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러 가자 하면 다들 물어볼 것도 없이 스타벅스에 간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스타벅스는 참 흔하지만, 이곳 산호세에서도 스타벅스는 흔하디 흔하다. 그런 스타벅스와 견주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으니 바로 피츠 커피(Peet’s coffee)다. 다만 슈퍼마켓에서도 원두를 살 수 있고, 네스프레소 캡슐로도 판매하고 있어 필즈 커피보다는 흔한 기분이다. 피츠 커피 또한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처음 시작했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 앞에 피츠 커피가 있었고, 근처 슈퍼마켓 Safe way 안에는 스타벅스가 있었는데 나는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마다 피츠 커피에 들렀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에만 있으니까. 커피 맛은 스타벅스의 커피처럼 평범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도 피츠커피 매장이 있다.

커피의 '제3의 물결', 스페셜티의 확산

혹자는 지금의 커피 소비 흐름을 ‘제3의 물결’ 비교한다. 카페인을 목적으로 커피를 마시던 20세기 중반을 ‘제1의 물결’이라고 본다면,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끈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제2의 물결’이라고 한단다.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게 바로 이때다. 지금의 커피는 대중화를 넘어 개인화 및 차별화되고 있다. 커피의 차별화가 '제3의 물결’의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벅스와 피츠 커피는 제2의 물결에, 필즈 커피와 블루보틀은 제3의 물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실리콘밸리 산호세는 여전히 대중적인 스타벅스, 피츠 커피와 함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갖는 필즈 커피와 블루보틀이 공존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