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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Feb 28. 2020

코로나 바이러스가 멈춰 세운 일상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

어제 같은 오늘이다. 내일도 오늘 같을 게 분명하다. 지난 금요일 아이들이 하원한 뒤부터니까 오늘로 딱 일주일이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렇게 내 일상을 덮쳤다.


수원은 벌써 두 번째 휴원이다. 2월 중순 확진자가 나오자 시내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휴원 명령이 내려졌다. 마음이 불안했던 몇 해 전 메르스 때 와는 달라 신속하고 결단력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이때만 해도 확진자의 숫자를 셀 수 있었고 그들의 감염경로와 동선을 일일이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집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면 좀 잠잠해지겠지 했다.


그러나 31번 확인자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일주일의 휴원 명령이 해제된 뒤 5일을 불안 속에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래도 아직 이곳은 괜찮을 거라 믿고 싶었다. 다음 주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말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안 보내는 게 안전하다는 건 알면서도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겠다.


다시 수원시에 확진자가 나왔다. 전에는 처음 들어보는 동네였다면 이번엔 같은 동네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그렇게 다시 언제 까지 일지 모를 유치원 휴원 명령이 내려졌다. 그렇게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아이들과의 칩거 생활이 오늘로 일주일을 맞은 것이다.


집에서 할 일을 만들어야 하니 팔자에도 없는 베이킹을 하기에 이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기 전 필로티로 이사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첫 번째 휴원 때만 해도 사람들이 스스로 지킬 것을 잘 지켜주면 금방 끝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그런 걸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3월 8일까지인 휴원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누군 한 달이 될지도 모른다 했고, 누군가는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하루에 몇 백 명씩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보니 눈 앞이 캄캄하다. 그나마 집에 TV가 없어 다행이다. 뉴스를 봤다면 불안함에 ‘코로나 바이러스 노이로제’에 걸렸을지 모른다.


모든 게 멈춰버렸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해서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점심을 해서 먹이고 다시 설거지를 한다. 간식을 챙겨주고 돌아서면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저녁을 해서 먹은 뒤 치우고 아이들을 씻긴 후 재운다. 남편은 지난 주말부터 몸살기가 있다며 따로 잠을 자고 있다. 밤까지 온통 내 몫인 셈이다. 이 생활이 얼마나 길어질까?


어떤 엄마는 아이가 하루 종일 '엄마 이리 와 봐'하며 부른다 했고, 어떤 엄마는 남편의 재택근무가 더해져 하루 종일 밥을 하는 자신이 꼭 식모 같다고 했다. 다른 엄마는 대중교통으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남편에게 서울 시댁에서 자차로 출퇴근하라며 올려 보냈다.  나는 식재료가 떨어질까 봐 다음 주 장보기까지 주문을 해놨다.


삶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저 깊은 곳에서 큰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창 뛸 나이에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집안에만 있는 아이들이 짠하지만 옴짝달싹 못하는 나의 하루도 안쓰럽다. 눈을 뜨면서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한시도 아이들과 떨어지지 않는 생활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하루를 건강하게 흘려보내는 일 뿐.


항상 2월은 짧았는데, 올해 2월은 참 더디 간다.

윤달이라 2월의 하루가 더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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