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회식은 셀프

외향적이지만 혼자도 충분히 좋습니다

by 김수정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혼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식사를 하는 것. 이른바셀프 회식이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까지 2(둘째 아이는 1월생이라 27개월 차에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했다) 육아기간 동안 나는 이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나는 태생이 지극히 외향적인 사람이다. 그렇게 36년을 살았다. 술은 좋아해도 술자리는 좋아했고,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인간이라고 믿어왔다. 그런 나임에도 2년을 꼬박 육아에 전념하고 나니 다른 사람과의 시간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이 무척 그리워졌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맞추는 시간 말고, 아이 엄마들과 만나 한시도 끊기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그런 시간 말고, 아이들을 재우고 침대에서 기어 나와 볼륨을 낮추고 영화를 보는 그런 시간 말고, 대낮에 혼자 고요하게 있을 그런 시간 말이다.

그런 시간이 그리울 때마다 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하고 싶은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혼자 밥을 먹는 일이었다. 초밥집에 가서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식사를 하리라 굳게 다짐했었더랬다.

어린이집에 처음 가면 보통 일주일 정도는 엄마와 함께 1~2시간 정도 있다가 오고, 그다음 주엔 점심을 먹고 집에 온다. 아이가 적응하면 그다음 주부터는 낮잠을 시작한다. 아이가 원에서 낮잠을 자면 오후 3 넘어서 하원 있다. 처음엔 아이와 떨어져 있는 1시간도 감지덕지다. 점심을 먹고 오면 점심 준비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 그러나 시간도 잠시, 등원 준비 난리가 집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후다닥 밥을 먹고 나면 금방 하원 시간이 돌아온다. 그래서 아이가 낮잠을 자는 날을 디데이로 정했다.

낮잠을 자는 . 나는 아이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외출 준비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갖는 나와의 데이트.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고 평소 입지 않는 옷도 꺼내 입었다.

그리고 한참 전부터 점찍어 초밥집으로 향한다. 가게 오픈 시간은 11 30. 나와의 데이트에 설레어서 혼자 너무 일찍 도착했다. 15분쯤 밖을 서성이다 손님으로 가게에 입장했다. 일단 점심 세트 메뉴를 주문하고, 참치 뱃살 초밥과 연어 뱃살 초밥을 추가했다. 12시가 가까워지니 가게에는 하나 손님이 는다. 혼자 손님은 나뿐이지만 상관없다. 그리고 조용히 식사를 즐긴다.

IMG_5743.jfif 내게 초밥은 언제나 옮다!

아이가 있기 전엔 몰랐다. 식당은 다들 주메뉴와는 상관없는 돈가스를 파는지. 감자탕 집엔 놀이방이 있는지를.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가 어린 엄마 아빠의 외식 메뉴는 아이가 먹을 파는 식당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는 것과 그렇게 외식을 해도 아이 밥을 먹이느라 밥은 식은 뒤에나 먹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역시 그랬기에 혼자 하는 외식이 그렇게 그리웠다. 내가 가고 싶은 식당에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고 속에 나만을 위한 초밥을 넣는 . 이게 뭐라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닌 같아도 나는 이게 그렇게 그리웠더랬다.

식사를 마친 , 좋아하는 커피숍에 들렀다. 따뜻한 카페라테를 주문한 자리를 잡았다. 평소 아이와 함께였다면 분명 테이크아웃을 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실 동안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있어줄 아이가 아님을 알기에. 잔의 커피는 피곤함을 떨쳐 내기 위해 마시던 커피와 다르다. 마실 타이밍을 놓쳐 식어버린 커피가 아니다. 이제 나온 커피를 멍하니 밖을 바라보며 마실 있다니. 시간이 호사스럽게 여겨진다.

그리고 건너편 서점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골랐다. 배는 부르고 카페인이 충전됐으며 손엔 읽고 싶던 책이 들려 있다. 아니 이게 뭐라고 한 번 벅차게 행복하다. 아이와 지지고 볶는 시간도 참으로 행복하지만, 나는 혼자서도 이렇게 행복할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종종 회사를 다닐 때의 회식자리가 생각난다. 시끌벅적함과 함께 몸에 달라붙은 삼겹살집의 기름 냄새. 가끔 남편이 회식으로 늦는 , 남편의 옷에서 나는 기름 냄새를 맡을 때면 일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소환되곤 했다.

그런 날은 다음날 혼자만의 회식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점심부터 기름 냄새를 풍기며 삼겹살을 굽는다.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원에 시간, 나는 수고를 치하하며 야무지게 상추쌈을 크게 입에 넣는다. 역시 엄마의 회식은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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