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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Jun 01. 2023

24살, 24춘기에 걸렸다.

24살 3년 차 직장인의 사춘기 극복기

어느 날 문득 지금 사춘기에 걸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춘기는 내가 지어냈다.)

직장 생활은 3년 차, 6년 차, 9년 차에 현타가 한 번씩 온다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인 거 같다. 3년 차 직장인. 직장이라고 하기에도 아주 작은 그룹의 일원에 속해 있다지만 어쨌든 3년 차.


원래는 어마어마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일했던 거 같은데,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무조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ex) 나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내가 일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돈을 제외하고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나에게 자꾸 던지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나를 깎아내리고, 나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속.


매일 아침마다 책을 읽고 있는데 그때마다는 마음을 평화롭게 다지고 '오늘 하루도 잘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다가 결국 출근을 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불행의 씨앗을 심어주고 있으니, 아무리 책을 읽고 자기 계발서를 들여다 보고, 필사를 해도 결국 이런 생각이 드는 거는 매한가지구나. 나는 아직 한없이 어린데, 나중에 나를 되돌아보면 참 안타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 지금 읽는 책 제목이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이고,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원인이 무엇일까?


흔히 사춘기 학생들을 보면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고, 본인은 서울대에 갈 수 있을 줄 알고 있다. 그렇게 새파란 꿈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 보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굳이 서울대가 아니더라도 길은 충분히 넓다.


지금 내가 딱 저런 마인드인 거다. 어른이 되면 조금 더 큰 세계에서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동네 학원 선생님을 하면서 동네 학생들을 관리하는, 그저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까. 24살의 내가 중학생의 나를 보면서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정확히 똑같이 할 것 같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내가 중심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착각에 빠져서 살고 있는 거다. 실제로 세상은 각자 살기에 바쁘다.


"실제로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아"


이런 환상이 깨져버리고 나니까 다시 예전의 그런 포텐이 터지지 않는다. 사는 게 별 거 없다는 생각을 인지는 하겠는데 인정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24춘기가 생긴 거 같다. 인정해야 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으니.


근데 뭐 어쩌겠나. 깨달았으니 인정해야지. 결국 사는 게 별 거 없고, 대단한 일을 하지 못한다는 마음을 인정하자. 너무 이른 나이에 깨달아 버린 내가 대견하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대신 최면을 걸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대단한 일이고, 이런 대단한 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멋진 일이라고. 아무도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비난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이 길이 정답이라고, 정답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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