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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Jun 23. 2023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씨앗 심기 전 마음 다지기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 그걸 우리가 흔히 기회비용이라고 하는데, 내가 선택한 한 가지의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다 포기를 해야만 한다. 내가 더 좋은 학력을 위해 도전하지 않고 그 당시에 안주한 것도, 영국을 갔다가 돌아왔던 것들도, 그전에 생각했을 때는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후회되나 싶은 순간들이 살아가면 갈수록 점점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몇 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몇 살에 어느 직장을 들어가는지, 집은 그리고 좋은 짝은 언제 생기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정해진 대로만 사는 게 아니다. 그게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한 삶을 즐기고, 몇 년 후에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누리고, 깔끔하게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다. 지금 느끼는 마음으로는 내 인생이 끝난 것 같고,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마음도 크지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나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Not bad. 좋다기보다는 나쁘지 않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고 모든 선택을 할 수는 없으니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자로 재 보고, 생각도 하고, 이미 그 길을 걸어본, 혹은 걷지는 않아도 인생을 먼저 살아 본 누군가의 조언도 얻으면서 그나마 지금 내 처지와 가장 걸맞은 선택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지금 나의 직업이 그런 존재다. 내 일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와 연결되어 있는데, 남자친구도, 본가도, 우리 가족도 결국에는 다 관련이 있는 상황이다. 일을 하면서 돈을 모을 수 있고,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기에는 가장 좋은 환경이 아닌가. (물론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나를 탓할 수는 있어도,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고 한들, 앞으로 5년, 10년 후의 나를 보았을 때는 지금 선택이 탁월하다.


이것도 물론 생각일 뿐이다.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으니, 영어 강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고, 언젠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는 늦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된다’라는 말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데, 다른 한 가지의 말을 덧붙여 보자면, ‘나만의 속도’로 가겠다. 잣대를 다른 사람에게 들이밀지 말고, 지금 내가 선택했던, 그리고 걷고 있는 이 길에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 일을 자아실현의 계기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일은 일대로, 돈은 돈대로 벌되, 그 이외의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내 우주가 원래는 부모님 하나였다면, 요즘은 다중우주의 느낌으로 남자친구의 현명한 말들도 내 인생에 조금씩 도움이 되고 있다. (정말 좋은 쪽으로) 나를 계도하고 싶다는 생각에 걸맞게 정말 내가 그쪽으로 이끌려 가고 있다. 이 사람이 하는 생각은 정말 맞는 것 같으면서도, 나보다 2년을 먼저 살았지만 생각의 깊이는 수직상승해 있기에 참 고맙고 다른 생각의 길로 접어들어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어떤 일이든 사람 밑에서 하는 일이기에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결국에는 돈을 받기 위해 밥벌이를 하는 거니까 다 똑같다는 말. 내가 다른 길을 찾게 되어도 결국 그게 사람 밑에서 일을 하는 거고, 지금 하고 있는 더 좋은 직장에 대한 목마름이 그곳에 가서도 해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 잠자코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내가 하고 싶거나 더 재미를 찾은 일을 해도 좋긴 하겠지만, 결국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메커니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이기에 지금은 참는 시기라고 얘기하는 것에도 크게 공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오히려 ‘내 속도’를 찾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내 마음을 더 깊게 열고 바라보고 싶어 졌고, 10년 후의 나는 아득하게 보이지만 1년 후, 3년 후의 내가 어떻게 되어 있고 싶다는 조그마한 씨앗을 어떻게 심어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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