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자그마한 손으로 어머니가 잘라 준 수박을 내 입에도 넣기 전에 아버지에게 건넨 귀여웠던 장면과 아버지의 배 위를 유독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배 위는 너무 따뜻하고 포근했다. 그 시절의 냄새는 잊었지만, 그 기억을 떠오르면 아버지의 냄새마저 코끝에 머물 것 같다.
재작년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당시에도 그렇지만 여전히 빈자리가 믿기지 않는다. 이따금 추억을 회상하며 빈자리를 아름답게 기억하려고 한다. 작년이었다. 아파트를 방문할 일이 거의 없어서 경비원을 볼 일이 없었다. 아버지는 생전에 경비원 업무를 하셨는데 아파트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경비원을 보게 되었다.
연세가 아버지와 비슷해 보이셨다. 근처에 돌아다니는 까치에게 먹으라는 듯 떨어진 감을 치우지 않고 까치에게 감을 먹으라고 말하고 계신 듯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가엔 눈물이 고였고 목까지 차오르는 울컥함을 참기가 어려웠다. 그 모습에서 아버지를 본 것이다. 순간 스치는 생각으로 아버지도 저 모습이었을까,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으나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 모습.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뒤로 감을 떠올리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경비원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그렇게 가을은 나에겐 아버지의 계절이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 아버지의 계절, 가을.
나는 그렇게 가을을 사랑한다. 아버지를 사랑한다. 아버지를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