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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Oct 30. 2023

무슨 소리지?

어두운 밤,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걷고 있는데 발밑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니 무수히 많은 색이 바랜 낙엽들이 쌓여있었다. 내 귀에 들린 소리는 그 낙엽들을 밟아 생긴 소리였다. 아 낙엽 밟는 소리를 의식하고 들은 게 언제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게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과거에는 무엇하나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가을 낙엽 밟는 소리,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 그런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내 마음이 예전보다 더 여유로워지고 세상에 아름다운 생명과 사물을 볼 눈도 트였나 보다.

 

시간이 지나야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생각이 있다. 당시에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것이 전부라 느껴지지만 조금씩 세월이 흘러감으로써 분명 달라지는 게 있다. 그러한 부분들이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언젠가 돌아보면 자신에게 경험이 되어 도움이 되는 날이 있다고 믿는다.

 

내 나이 서른다섯,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막상 현실적으론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시간이 가는 게 무섭게만 느껴지고 나 혼자 멈춰 서있는 것만 같아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여전히 그런 마음이 남아있지만, 가을 낙엽을 밟으며 생각해 본다. 내년 가을에 낙엽을 밟을 때의 난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거라고.

 

그 모습이 아주 멋질 수도,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나도 썩 괜찮을 거라고. 

Image by yeon woo le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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