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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Sep 05. 2024

첫 번째 치료 대상은 '계란'이었다

뷔페 먹는 아이를 보는 게 꿈


첫 번째 치료 대상은 '계란'이었다.



5살 무렵 본격적으로 경구면역치료법을 통한 치료를 시작했다.

최종 목표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음식 알레르기를 완전히 해결하고 싶었지만

우선 알레르기 3종 세트인 계란, 우유, 밀가루 만이라도 통과해서 도시락을 싸지 않고

학교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1차적 목표였다.


치료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경구면역 치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선 우선 혈액으로 lgE 알레르기 항체를 측정해야 했다.


알레르기란? 특정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과민 반응'을 말하는데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몸 안에서 lgE를 만나면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기반으로 MAST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규명할 수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서 알레르기는 1~6등급의 수치로 분류되며 6등급처럼 등급이 높을수록

증상은 더 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치가 꼭 증상과 맞아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참고해서 치료 대상을 물색해야 했다.

한번 치료가 시작되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치료는 한 번에 한 가지뿐이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다.


우선은 검사 수치가 낮은 단계의 음식들 중에서 아이에게 평소 많이 노출되는 음식이나 꼭 먹고

싶어 했던 음식으로 선택했다. 치료할 음식이 선택되면

다음으로 아이와 함께 병원에 내원해서 응급치료 시설을 갖춘 검사실에서 준비된 음식으로


유발 검사를 실시하는데

검사는 또다시 참치나 조개류처럼 단 한 번에 통과하는 것과

계란, 우유, 밀가루처럼 따로 증량 기와 유지기를 거쳐야 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는 유발 검사를 통과한 후에도

병원에서 처방받은 면역치료 스케줄표에 따라 집에서 수개월 동안 매일 알레르기 원인 음식을

소량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먹어보는 증량 기를 거쳐야 했고,

증량기가 끝나면 또다시 일정 기간 충분한 양의 원인 음식을 유지하는 유지기가 시작됐다.


아주 적극적인 면역요법은 아니지만

알레르기 음식에 열을 가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점을 이용하여 병원에서 먹여보면서 문제가

되지 않는 양을 집에서도 유지하도록 권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알레르기 반응 검사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첫 번째 치료 대상으로 계란 반숙으로 선택했다.  



첫 번째로 시도한 계란 완숙 유발 검사는 쉽게 통과했다.

혈액검사를 통해 비교적 알레르기 항체가 적은 흰자를 끓는 물에 15분 삶은

계란이었다. 시작부터 희망적이었다.


계란의 경우는 다른 음식과 다르게 완숙과 반숙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두 가지 모두 통과되어야 계란을 먹을 수 있었다.

계란만 완전히 통과해도 일반 식당에서 파는 계란 프라이나 계란말이, 계란찜 같은 음식과

마요네즈가 들어간 소스나 계란이 첨가된 빵과 과자 등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많아진다.


계란 완숙에 대한 유발 검사 통과 후,

총 8개월간의 증량 기와 12개월의 유지기를 거치면서 내성을 쌓은 후,

다시 계란 반숙에 대한 유발 검사를 시도하기로 했다. 완숙과 달리 반숙은 쉽지 않았다.

1차 유발 검사에서 아쉽게 실패했고, 2차 유발 검사가 있던 날이었다.

출근한 아내를 대신해서 아이와 병원에 동행하기 위해 회사에 연가를 신청했다.


유발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검사 일주일 전부터

약물(향 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해열제 등) 복용을 금지해야 했고, 검사 당일 감기 증상이 있거나 컨선이 안 좋으면 유발 검사가 중지될 수 있었다. 감기 증상의 경우 기침, 콧물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증상이 알레르기 증상과 구분이 쉽지 않아 검사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출도 자제하고, 음식도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차단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유발 검사 날짜가 다가오면 가족 전체가 극도로 예민해졌다.  







"검사 당일이다. 병원까지는 차로 2시간,

검사가 시작되는 오전 9시를 기준으로 2시간 전에

음식물 섭취를 모두 끝내고 공복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일단 검사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지 않으면

검사가 중단될 수 있다.


정상적인 검사 진행을 위해선 최소한 아침 6시 전에는

일어나야 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 잠이 덜 깬 아들은 투정을 부리며

출발 전부터 심하게 보챈다.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다시 일으켰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러다 어렵게 예약한 검사는 시작도 못하고 끝날 수 있다.

나도 덩달아 목소리가 높아진다.

강제로 업어서 차에 태웠다.


차 안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아들에게 아침으로

구운 만두를 꺼내서 내밀었다.

정신없이 바쁜 아침이라 제대로 차려줄 여력이 없었다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보는 둥 마는 둥,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큰일이다

이대로 뭐라도 먹지 않으면 검사가 어렵다.

이제 5살인 아들에게 차 안에서 스스로 아침을 먹게 할

방법은 '유튜브' 뿐이었다.

마지막 히든카드를 너무 일찍 썼다.

오늘의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총 검사시간은 4시간,

그동안 아이가 병원에서 마실 물이나 간식,

가지고 놀 장난감과 그림책 등을 챙겨가지만

그 어떤 것도 유튜브를 이길순 없었기 때문이다.


룸미러로 뒷좌석 카시트에 앉아 만두를 먹는 아들을

확인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병원 가는 길은 광안대교와 부산항 대교를 지난다.

확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 있을 검사도 넓은 부산 바다만큼이나

뻥 뚫리고 시원한 결과가 기대한다.


갑자기 아침 출근하는 차들로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비게이션에는 도착 예상시간이 08시 55분으로 찍힌다.

여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도착 10분 전부터 아들에게 영상을 끄고

내릴 준비를 하라고 여러 번 말했다.

차는 병원 입구로 들어가는 신호등 앞에서 대기 중이다.

아들이 갑자기 쉬가 마렵단다.

그것도 '급쉬' 란다.

이럴 땐 참 난감하다.

바지에 싸면 오늘 진료는 끝이기 때문이다.


곧 신호가 바뀌고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대충 차를 세우고 빈 물통을 내밀었다.

여기서 쌀 수 없다며 다시 주차장 밖으로 나가자며

또 떼를 쓴다.


차를 다시 돌릴 수도,

주차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들고 있던 물통에다 쉬를 했고,

소변은 금세 차서 물통 밖으로 넘쳐 나와 손에 묻었다.

소변량을 보니 유튜브를 보느라 쉬가 마려운데도

한참을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진료실에선 빨리 오라고 독촉 전화가 오고,

주차관리 요원은 차를 똑바로 주차해 달라고 고함을

지른다.


아이에게 너무 화가 났다.

살짝 뚜껑까지 열렸다.

하지만 더 이상 화를 낼 시간도 없다.

아이를 둘러업고 그대로 달렸다.


검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온몸에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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