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란? 특정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과민 반응'을 말하는데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몸 안에서 lgE를 만나면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기반으로 MAST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규명할 수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서 알레르기는 1~6등급의 수치로 분류되며 6등급처럼 등급이 높을수록
증상은 더 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치가 꼭 증상과 맞아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참고해서 치료 대상을 물색해야 했다.
한번 치료가 시작되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치료는 한 번에 한 가지뿐이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다.
우선은 검사 수치가 낮은 단계의 음식들 중에서 아이에게 평소 많이 노출되는 음식이나 꼭 먹고
싶어 했던 음식으로 선택했다. 치료할 음식이 선택되면
다음으로 아이와 함께 병원에 내원해서 응급치료 시설을 갖춘 검사실에서 준비된 음식으로
유발 검사를 실시하는데
검사는 또다시 참치나 조개류처럼 단 한 번에 통과하는 것과
계란, 우유, 밀가루처럼 따로 증량 기와 유지기를 거쳐야 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는 유발 검사를 통과한 후에도
병원에서 처방받은 면역치료 스케줄표에 따라 집에서 수개월 동안 매일 알레르기 원인 음식을
소량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먹어보는 증량 기를 거쳐야 했고,
증량기가 끝나면 또다시 일정 기간 충분한 양의 원인 음식을 유지하는 유지기가 시작됐다.
아주 적극적인 면역요법은 아니지만
알레르기 음식에 열을 가하면 증상이 완화되는 점을 이용하여 병원에서 먹여보면서 문제가
되지 않는 양을 집에서도 유지하도록 권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알레르기 반응 검사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첫 번째 치료 대상으로 계란 반숙으로 선택했다.
첫 번째로 시도한 계란 완숙 유발 검사는 쉽게 통과했다.
혈액검사를 통해 비교적 알레르기 항체가 적은 흰자를 끓는 물에 15분 삶은
계란이었다. 시작부터 희망적이었다.
계란의 경우는 다른 음식과 다르게 완숙과 반숙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두 가지 모두 통과되어야 계란을 먹을 수 있었다.
계란만 완전히 통과해도 일반 식당에서 파는 계란 프라이나 계란말이, 계란찜 같은 음식과
마요네즈가 들어간 소스나 계란이 첨가된 빵과 과자 등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많아진다.
계란 완숙에 대한 유발 검사 통과 후,
총 8개월간의 증량 기와 12개월의 유지기를 거치면서 내성을 쌓은 후,
다시 계란 반숙에 대한 유발 검사를 시도하기로 했다. 완숙과 달리 반숙은 쉽지 않았다.
1차 유발 검사에서 아쉽게 실패했고, 2차 유발 검사가 있던 날이었다.
출근한 아내를 대신해서 아이와 병원에 동행하기 위해 회사에 연가를 신청했다.
유발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검사 일주일 전부터
약물(향 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해열제 등) 복용을 금지해야 했고, 검사 당일 감기 증상이 있거나 컨선이 안 좋으면 유발 검사가 중지될 수 있었다. 감기 증상의 경우 기침, 콧물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증상이 알레르기 증상과 구분이 쉽지 않아 검사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출도 자제하고, 음식도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차단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유발 검사 날짜가 다가오면 가족 전체가 극도로 예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