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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Sep 16. 2024

새로운 세상을 맛보다

뷔페 먹는 아이를 보는게 꿈

 아내를 포함해 라면에 진심인 예찬론자들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식품 라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라면, 늘 먹어도 먹고싶은 라면"

이라고 하나같이 말한다. 맞벌이 부부들의 최애 식품인 라면은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다 집에 오면 육아라는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어 지친 부부들에게 간단한 한끼를 해결해주는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한다. 아이 때문에 포기하고 살았던 음식은 많았지만 라면 만큼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가 밀가루를 완전히 통과 할때까지 잠들기 만을 기다리거나, 어쩔 수 없이 아이 앞에서 라면을 먹더라도는 그릇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으며 눈치를 봐야했다. 밀가루를 통과 할때 쯤 아이가 라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 : 아빠, 라면은 무슨맛이야?

나   : 응, 너무 매워서 아이들은 못먹어

라며 얼버무렸다. 


아이가 아니었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불편한 진실들은 참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라면에는 밀가루 뿐 아니라 우유가 들어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밀가루가 통과한 후에도 우유가 함께 통과 될 때까지 한동안 라면은 먹을수 없었다. 아내는 이번에도 마치 토끼풀 사이에서 네잎크로바를 찾듯이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라면을 찾아냈다. 그것은 OOOO라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OO라면“이었다. 우유가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이 먹을수 있을 만큼 맵지도 않았다. 처음 라면을 먹는 날 후루룩후루룩 면치기를 하며 환장한 사람처럼 먹는 모습에 우리는 한동안 라면 이름을 '환장라멘'이라고 불렀다. '환장라면'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이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당당하게 라면을 즐길수 있게 되었다. 그 날 이후 가끔씩 다함께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는 날이이면 말없이 라면 한 그릇을 싹 비우는 아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밀가루가 통과되면 아이와 함께 꼭 해보고 싶은게 하나 더 있었다. 축구장에서 실시간 축구경기를 관람하며 치킨을 먹는 것이었다. 치킨을 덮고 있는 튀김옷에는 계란이 들어가지만 뜨거운 온도에서 바짝 익힌 계란이라 밀가루만 통과되면 시중에 파는 모든 치킨을 먹을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이가 축구클럽에 다니며 축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부터 줄곧 축구선수라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꿈도 응원하며, 그 특별했던 첫 번째 치킨을 더 특별하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와 축구장을 찾았다. 아이의 꿈처럼 축구장의 열기 또한 뜨거웠고 경기장 안의 열기는 마치 아들의 밀가루 통과와 첫 번째 치킨 시식을 축하해주는 것만 같았다. 햄버거를 처음 맛볼때와는 다르게 아이는 치킨을 들고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해서 첫 골이 들어갈 때까지 난생처음 맛보는 치킨의 맛에 푹 빠졌다. 나는 축구경기 보다 온 얼굴에 튀김가루를 묻혀가며 말없이 먹기만 하는 아들을 구경하는게 훨씬 더 재밌었다. 아이가 상상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맛보며 더 큰 미래를 꿈꾸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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