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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Sep 18. 2024

아빠, 나 왜 낳았어?

뷔페 먹는 아이를 보는 게 꿈

아빠, 나 왜 낳았어?  


 매년 연초에 직장에선 인사발령이 있었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으로 뒤섞여 사무실 분위기는 늘 어수선하다. 가는 사람들은 새로 옮길 자리를 찾느라 분주하고, 오는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쁘다. 인사발령이 마무리되고 팀 내 회식이 있었다. 그날은 회식을 마치고 얼큰하게 취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평소에는 아빠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몰래 숨어서 아빠를 놀라게 하는 장난기 많은 아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현관까지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그뿐 아니라 두 팔로 꼭 안아주기도 하고, 볼에다가 뽀뽀까지 '쪽' 해주며 필살기를 사용한다. 뭐 갖고 싶은 게 있는지? 혹시 잘못한 게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럴 때 보면 참 딸 같이 이쁜 아들이다. 씻고 잘 준비를 마친 후, 가족 모두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심각해진 아아의 질문이 '훅' 들어온다  

”아빠, 나 왜 낳았어? “   


 갑자기 어설프게 취한 술이 확 깼다. 평소에도 호기심 많고, 궁금한 게 많은 아이라 어떤 질문이라도 성실하게 답변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오늘 질문은 부모로서 아이에게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렵고 난해한 질문이라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아이는 도대체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심각한 알레르기와 5살 때부터 시작된 경구면역치료법으로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라서 더욱 그랬다. 순간 멘털을 잡고 아이의 물음에 답했다.   

"응, 아빠가 우리 아들 만나고 싶어서 낳았지 “ 

라고 대답했지만, 아이는 벌써 꿈나라로 출발하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자려고 누웠지만 아이의 질문이 고장 난 라디오처럼 계속 반복해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과연 오늘 아이가 한 질문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빠엄마 말도 잘 안 듣고 투정만 부리는 나를 왜 낳았냐는 뜻인지? 

알레르기가 심해서 이렇게 힘든데 왜 날 낳아서 이렇게 고생을 시키냐는 뜻인지? 별생각 없이 무심코 던진 질문일 수도 있지만,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번엔 내가 아이에게 물었다.  

”아들, 태어나 보니 엄마아빠가 엄마아빠라서 어때? “ 

어젯밤 심각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해맑은 아이의 표정으로  

”응, 좋아 “ 

라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웃는다. 그러더니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가며 꼭 안아준다. 아마도 어젯밤 질문의 의미는 '태어나 보니 너무 행복해서 태어나길 잘했다'는 뜻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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