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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교육? 현장에선 달나라 이야기

우리가 걷는 한 그냥 길일 뿐이다

by 어디가꼬


가장 걱정했던 담임교사와의 만남


매년 어린이집을 옮겨 다니면서 담임교사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기 몇일 전 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가능하면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을 지도해본 경험이 많은 선생님,

아직 어린 아이가 집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적응할 때까지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한 선생님,

알레르기 노출로 위험한 일을 발생하지 않도록 챙겨줄 세심한 선생님을 원했다.

그래도 신규 선생님은 불안하니 적당히 경력이 있는 선생님,

남자 보다는 상대적으로 꼼꼼한 여자 선생님을 간절히 원했다.

교육환경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번 배정되면 되돌릴 수 없고,

아이처럼 도움과 배려가 절실한 입장에서는 부족하거나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학교 담벼락은 높기만 했다.


현관입구에서는 신입생들을 맞이할 담임 교사들이 테이블 위에 자기반 아이들 명찰을 준비해서 부모들에게 일일히 나눠주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맡겨 놓고 불안해할 부모들에게 학교에서 준비한 자연스러운 첫 상견례 자리였다.

상상의 나래만 펼치던 우리 아이의 첫 번째 담임 선생님은

검정색 단발머리에 노란 색깔이 조금 들어간 안경을 쓰고 있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었다.

사실 나는 오랜 경찰생활로 십 수년간 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어서 지금 당장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아도 될 만큼 사람을 잘 본다.

그러나 오늘 만큼은 나의 눈이 잘못 되었기를 바랬다.


아이 담임선생님은 정년퇴직을 하고 다시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할머니 선생님 이었다.

수십년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젊은 사람처럼 꼼꼼하고 세심함은 떨어지겠지만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아이들을 잘 품어 줄꺼라고 믿고 싶었다.

아내는 마음 한켠에 여전히 남아 있는 불안함을 달래보려고 담임교사와 따로 상담까지 신청했다.

사실 입학 통지문에는 따로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미리 신청하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그런데 담임교사와 상담을 끝내고 돌아오는 아내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무슨 일일까? 아내의 말에 의하면 담임의 첫마디는

"사전에 전화통화까지 했는데 또 무슨 할말이 남았나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무엇보다도 알레르기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상담 후 우리 부부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불안하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처음이라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니 좀더 지켜보자며 애써 아내를 달랬다.

생각건대 처음이라 말만 그렇게 퉁명스럽게 할 뿐이지 알고보면 따듯하고 포근한 사람이기를,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맘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모처럼 질 돌봐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알레르기 학생과 가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1100만명이 식품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고. 이중 600만명은 조개와 갑각류를 먹지 못하며,

180만명은 땅콩을, 90만명은 유제품을, 60만명은 달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교육기관에서는 아이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음식을 제한해야한다는 것과 이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교사들은 알레기의 학생과 가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학교보건법이 개정되어 학교의 보건교사가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생긴 학생에게 응급 자가주사약을 처치할 수 있게 되었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의 알레르기에 대한 교육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사, 급식 조리종사자 뿐 아니라 알레르기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까지도 교육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직 이런 이야기는 현장에선 달나라 이야기만 같았다.

알레르기 자체도 걱정이지만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혹시나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24. 3. 4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올해 초등학교 157곳이 24학년도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안으려는지 알 것 같았다.

교육비와 주거비 등 경제적인 부담이나,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 불안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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