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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Nov 30. 2022

아들의 첫 번째 거짓말

뷔페집에 가서 맘껏 먹는 걸 보는 게 꿈

아들의 첫 번째 거짓말

오늘은 아이와 오래간만에 같이 놀아주려고 조기퇴근을 쓰고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을 했다.  

아이도 미술학원을 마친 후 학원차를 타고 일찍 집에 오는 날이다. 아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에서 놀다 가겠다고 했다.


놀이터에는 또래 아이들 여러 명이 미리 와서 놀고 있었다. 아들은 사회성이 좋아 곧잘 처음 보는 또래 아이들과 쉽게 어울린다. 그렇게 몇몇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있었다. 한참을 놀다가 해가 질 무렵 집으로 가자고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입에 무언가를 오물거리며 씹고 있었다.

"재혁아, 뭐 먹어?"

"아무것도 안 먹어"


아이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같이 놀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받아서 입에 넣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심한 음식 알레르기 때문에 꼭 처음 보는 음식은 겉표지에 붙어있는 성분표를 확인하고 먹을 수 있는 것만 먹는다.

이제는 지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곧잘 구분하고, 성분표를 보고 우유나 계란이 들어갔는지 꼼꼼하게 확인도 한다. 그래도 지금껏 다행인 것은 한 번도 못 먹는 걸 먹겠다고 때를 쓴 적도 없었고, 의심적은 음식은 엄마나 아빠한테 꼭 허락을 받아서 먹어왔다.  


그런데 아이가 내가 모르게 뭘 먹고 있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입에 뭔가를 계속 오물거려 계속 묻자. 아들이 말한다

"응 내가 성분표 봤어, 사과밖에 안 들어갔어"


이제껏 군소리 없이 잘 따라 주던 아이가 그동안 먹고 싶은데 못 먹는 스트레스가 있었나 싶어,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별말 안 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저녁을 먹은 후 약 2시간이 지나니 얼굴에 붉게 발진이 올라오고, 양쪽 눈 흰자가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항상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바르는 연고와 먹는 약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 쓰는 젝스트 주사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우선 알레르기 약을 먹이고, 발진이 올라온 피부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아이에게 말했다. 먹는 건 괜찮은데 뭘 먹었는지 알아야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를 한다고, 담에는 꼭 먹고 싶은 것이 있어 몰래 먹었을 때는 엄마, 아빠가 가까이 있는데서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알레르기 약은 독해서 아이가 먹고 나면 몸에 기운이 없어진다. 약에 취해 잠이든 아이를 보면서 아내와 나는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까지 몰래 젤리를 먹었던 아이를 생각하니 갑자기 짠하고 먹먹해진다.


지금에 내 가장 큰 꿈은 아이가 뷔페집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걸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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