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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Dec 13. 2022

자존감을 키운 엄마의 힘

권리를 지켜낸 가족의 사랑

나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나에게는 아들이 하나있다 

태어난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특히 품에 처음 안았을 때

나의 양쪽 엄지 손가락을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는 가슴이 벅차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표정, 몸짓 하나도 놓치기 싫어 연신 카메라를 들어 아이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아이가 모유수유를 끝내고 이유식을 하는 순간부터 얼굴에 발진이 올라왔다.

급기야 가려움을 호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고,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쌀에도 알레르기 가 있다면 도대체 뭘 먹여야 하나?  

식품 알레르기는 복통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천식 편두통 비염 대로는 쇼크 증세를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이 너무 없었다. 아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년에 한 번 반응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을 피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병원에서 식품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후,


아내는 알레르기 관련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아이의 먹거리를 챙겼다.

또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7세인 지금까지

새벽부터 일어나 아이가 원에서 먹는 모든 음식을 대체음식으로 준비해 도시락을 싸서 보냈다.

맞벌이라 아내도 출근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애가 타고, 조바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집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어 외식 한번 마음 편히 하지 못했고, 여행을 갈 때도 캐리어 하나에 아이 음식을 따로 챙겨야 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잠이 유난히 많은 아내는 잠을 줄여가며 아이 음식을 챙기느라 수면장애에 우울증까지 겪었다.

그런데도 나는 옆에서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 간호학 전공 후 대학병원에서 오랫동안 간호사로 근무한데다 현재는 보건교사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 믿고 맡긴 영향이 컷다.


아내는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며 동분서주했다.


아내도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카페를 통해 비슷한 경우의 아이를 찾아 그 엄마에게 노하우를 묻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대체음식이 있다면

가깝게는 일본에서 멀게는 유럽에서까지 공수해왔다.

그런 가운에 반갑게도 수도권에서만 가능했던 면역치료가

인근 부산에서 가능해지면서 면역치료를 시작할수 있는 호제가 생겼다


한 번은 아내가 올해부터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급하게 연락이 왔다.

그것도 시중에서 파는 케잌과 과자로 말이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 파는 과자와 빵은 먹일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의 마찰


코로나로 바빠진 아내 대신 내가 어린이집 교사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를 하면서 내가 그동안 아내를 많이 외롭게 했음을 깨달았다.

담임교사의 태도가 나와 너무 닮아있었던 것이다.

담임교사의 말에 의하면 우리 아이가 평소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주면 큰소리로 먹을 수 없다고

확실하게 표현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잘 대처하고 있는데 부모가 너무 예민해져 있다고 했다.

내가 아내에게 자주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지금껏 큰 사고 없이 잘 대처할수 있었던 것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야기할수 있도록 교육했던 아내의 노력 덕분이었다.


아내의 덕분이었다


그동안 아내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하고, 아내를 탓했던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내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오자마자 아무 말없이 아내를 꼭 안아 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언제나 아내 편이 되어 주기로 했다.


아이에게 아픔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아내가 그랬듯이 당당하게 말하고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고 했다면 우리 아이는 지금처럼 자존감 높고,

당당한 아이로 자랄 수 없었을 것이다.

즉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려면 양쪽 부모의 지지가 필요하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이면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기 어렵다.

마더 테레사가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사랑해 주는 것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를 위해 당장 할 일은 아이를 사랑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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