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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Dec 20. 2022

'햄버거랑 짜장면' 이런 맛이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어본 햄버거랑 짜장면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바로 아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기로 한 날이다

얼마 전 드디어 1년간의 힘들었던 밀가루 면역치료를 통과했다.

하지만 향후 1년간은 매일 일정 용량의 밀가루를 먹어야 하는 유지기를

가져야 최종 통과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못 먹었던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아들도 많이 기대를 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거나, 또래 아이들이 먹는 것만 구경 하하다가

직접 먹어볼 수 있다는 말에 얼마나 설레었을까?


하지만 아직도 난관들이 많이 있다.

우유는 치료를 시작도 못했지만 햄버거 빵에도 대부분 우유가 들어간다는 사실과 짜장면의 짜장에도 우유를 첨가하는 중국집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계란 반숙은 위험해서  햄버거에 들어가는 마요네즈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내는 검색 담당이다. 매일 아침 눈만 뜨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한다

밀가루를 통과한 아들에게 먹일 수 있는 것들을 검색하는 것이다.

햄버거 중 버거킹과 맥도널드사의 빵에는 우유가 안 들어간단다.

그렇다면 빵 안의 마요네즈만 빼서 그 안에 먹을 수 있는 비건 마요네즈를  넣으면 된다

요즘 시중의 파는 비건 마요네즈는 그냥 마요네즈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하게 잘 나온다.

그렇게 하더라도 맥도널드사의 불고기버거와 맥 버거, 버거킹사의 와퍼주니어만 가능했다


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인가?

부산으로 놀러 가던 날 벡스코 인근에 있는 햄버거집을 찾았다

늦게 일어나서 출발이 늦어졌다 아침도 대충 먹고 출발했으니 배가 많이 고프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가까운 곳에  버거킹 매장이 보인다. 마요네즈 빠진 와퍼주니어를 주문해서 미리 준비해 간 비건 마요네즈를 뿌렸다. 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인가?


우리는 설레는 두 손으로 햄버거를 잡고 입을 크게 벌리는 아들을 한순간도 놓치기 싫어

영상과 사진을 찍어댔다.

그런데 햄버거 한입 먹고는 더 이상 입에도 대지 않는다.

같이 세트로 나온 감자튀김만 계속 먹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고기가 맛이 없단다.


갑자기 그 상황이 화가 나서 버럭 화를 냈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얼마 없는데, 힘들게 찾아낸 생애 첫 햄버거

그거라도 잘 먹어야 하는데 먹지 않는다.


시간이 좀 흘러 화가 가시고 나니 시무룩하게 있는 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순간 제일 속상한 건 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화는 내가 냈다.

기대를 많이 했으니 실망은 또 얼마나 컸을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버거킹의 햄버거 속 고기는 우리나라 사람도 호불호가 나뉜다는 점이다

담에는 맥도널드 불고기버거 한 번 더 도전해 보자며 애써 달랬다.

햄버거는 실패, 짜장면은 성공

햄버거의 실패로 오늘 먹어야 할 밀가루 용량을 먹지 못했으니

저녁에는 집에 가서 짜장면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짜장라면은 대부분 우유가 들어간다.

하지만 검색 담당인 아내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단 한 종류의 짜장라면을 기어코 찾아냈다.

더군다나 입맛에 맞는지 무척 좋아한다.

하루 먹는 밀가루 용량은 120g이라서 하나를 나누어 주었더니 더 먹겠다고 난리다

매일 먹을 수 있으니 내일 먹자고 겨우 달랬다.


아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둘 늘어나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잘 먹는 건 아니다 아무튼 희비가 엇갈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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