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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Feb 08. 2023

'마라톤 풀코스'라는 세상구경

달리기는 나의 곁에서 가장 오래 머문 친구

고등학교 때부터 달리기 시작


고등학교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나의 곁에서 가장 오래 머문 나의 절친이다.

달리고 난 후의 상쾌함과 개운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좋다.

달리기는 100미터부터 400미터를 거쳐 1500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간을 뛰어봤고,

마라톤은 10킬로부터 풀코스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완주해 본 경험이 있다.


100미터는 가장 짧은 거리지만 가장 폭발적인 힘이 필요하고, 400미터는 전력을 다해서 뛰면 노란 하늘과 씁쓸한 구토액을 맛볼 수 있다. 1500미터는 전력을 다해 뛰면 근육이 마비가 되는 경련을 경험하기도 한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맑고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는데 최고의 운동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경제적인 운동이다. 짧은 시간 운동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운동이다.

그래서 난 달리기를 좋아한다.

 

직장생활 중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뛰고 싶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에 입상해서 상금을 타기보다는 그저 건강을 챙기기 위한 취미생활이었다. 마라톤 대회는 주로 주말 아침 일찍이 시작된다. 대회에 참가하러 나온 것 자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한 사람들이다. 함께 뛰면 좀 더 먼 거리를 즐겁게 뛸 수 있고, 좀 더 좋은 에너지를 받아올 수 있다.


처음엔 10킬로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학창 시절 달리기 경험도 있고, 운동신경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10킬로미터는 무난하게 1시간에서 50분 이내로 들어온다. 하프코스부터는 평소 연습이 없으면 뛰고 난 후 일주일 정도는 엉거주춤 걸어 다니며, 근육통에 시달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수도 있다. 하지만 하프코스 까지도 웬만한 운동신경과 경험으로 카바가 가능하다.


풀코스 도전


문제는 42.195킬로미터, 뛰면서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풀코스다.

풀코스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구경이었다.

처음 출전하는 사람들은 5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느냐가 제일 큰 관건이다.

사람이 어떻게 5시간을 넘게 계속 뛸 수 있을까? 혼자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여럿이 함께하는 마라톤 대회에서는 일어난다. 첫 풀코스는 진주마라톤 대회였다. 진주의 남강을 크게 한바뀌 돌아오는 코스로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대회다.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매일 15킬로씩 뛰었다. 인터넷도 검색하고, 같이 뛰면서 알게 된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 많이 움직이면 겨드랑이와 가랑이가 쓰라릴 수 있어 출발 전에 바셀린을 꼭 발라야 해.

- 신발은 발이 편하면서도 너무 가벼운 것보다는 발을 잡아 줄 수 있는 무게가 조금 있는 신발이 좋아.

- 중간에 떨어진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짜 먹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필요해.


모든 준비는 끝났다. 대회가 있는 진주로 향했다.

그런데 주말 아침이라 진주로 가는 남해고속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

대회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간당간당 하다. 그동안 준비한 것이 아까워  비상시 경찰차나 레커차가 이동하는 갓길로 비상등을 켜고 달리는 불법을 저질렀다.

도착하니 이미 10킬로부터 출발을 하고 있었고, 나는 제대로 된 준비운동도 없이 사람들 틈에 끼여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길에는 외국인도 있고, 어린아이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뛰었다. 그렇게 남강의 강바람을 맞으며 1시간 40분 정도가 지나자 코스의 절반인 20킬로 정도에 반환점이 보인다. 그런데 반환점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회의 주체 측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주먹밥과 시래깃국이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달리던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먹고 있었다. 달리는 중간에 저걸 먹고 어떻게 바로 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사람들을 지나 반환점을 돌았다. 계속 달리기 시작한 지 10분쯤 지났을까? 정말 갑자기 급하게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배가 고파 힘이 빠진다. 왜 대회중간에 밥을 준비했는지? 사람들이 달리다 말고 반환점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래깃국을 먹으로 반환점을 다시 되돌아갈 힘도 없었다.

몸에 에너지원인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리 준비한 젤로 부족한 단백질은 보충했지만, 문제는 탄수화물이었다. 탄수화물이 빠지니 도무지 힘이 나질 않는다.

달리는 코스 2.5킬로미터마다 식수대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수분 보충을 위한 물과 함께 가장 소화가 빠른 탄수화물 보충원인 바나나와 초코파이가 놓여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렇게 오직 바나나와 초코파이만을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 도착한 식수대에는 이미 앞서 지나간 참가자들이 모두 먹어 치운 빈 껍데기만 놓여있었다. 그렇게 2.5킬로미터씩 한줄기 희망을 찾아 움직이고 또 움직이며 30킬로미터 구간까지 달렸다.


처음이자 마지막 풀코스


전문 선수들도 제일 포기를 많이 한다는 마에 30킬로 구간이 되자, 한 두 명씩 포기하는 사람과 힘들게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35킬로 구간이 되자 근육이 움직이는 족족이 마비가 오듯이 쥐가 난다. 걷는 것도 힘들다.

달리는 것이 아니고 발을 끌고 가는 게 딱 맞는 표현이다. 중간에 열두 번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엠브런스가 지나간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나 뒤처진 사람들에게 계속 힘들면 타라고 부추긴다. 그 사람들도 빨리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었나 보다.

나도 타고 싶었지만 힘들게 출전한 대회에 엠브런스를 타고 골인할 수는 없었다. 걷다가 서다가를 반복하며 발을 끄집고 계속 움직였다. 결승선이 다가왔는지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힘내라 힘" 갑자기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없던 힘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마지막은 멋있게 골인하고 싶었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승점을 지나자마자 곧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한동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인생 최고의 성취감을 맛보았다.

 

하지만 4시간 30분을 물만 먹고 달렸더니 하루종일 속이 좋지 않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고, 그 이후로 약   한 달간 온몸의 근육통에 시달리며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건강 삼아 풀코스를 달린다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다. 극도의 성취감이나 자신감 회복 또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싶은 사람들에겐 적극 추천한다.  


난 그날 이후 건강에 제일 좋다는 10킬로 코스만 달린다.

그게 내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낀 풀코스라는 또 다른 세상 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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