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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Jun 05. 2023

캠핑 좋아하는 아들과 호텔 좋아하는 아내

나는 또 캠핑을 준비한다


캠핑 좋아하는 아들


캠핑을 좋아하는 아들, 나도 어릴 땐 캠핑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집이 아닌 일상에서 벗어난 낯선 곳에서의 생활, 자연이 주는 새로운 경험

무언가 특별한 일이 펼쳐질 것만 같은 설렘, 그래서 밤잠을 설쳐댔던 어린 시절

아들이 딱 그 시절을 살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 아들에게 캠핑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카라반에 간 적이 있다. 캠핑카라는 독특한 장소에서의 하루는

그 자체로 이미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한여름에 물놀이도 할 겸 찾았던 캠핑장은

밤잠을 설칠 정도의 더위로 고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찜질방을 방불케 했고

손 한마디만 한 커다란 똥파리와 산벌레와의 실랑이는 그 자체로 녹초가 되기 충분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난제 바로 씻는 것이다

움직이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데다, 물놀이까지 했으니

좀 깨끗하게 씻고 싶었지만 캠핑카라는 특수성으로 수압은 낮고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물이 빠지는데만 2시간 이상 걸린다. 하마터면 물이 넘쳐 차량 안에 물바다가 될 정도다


하지만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진 캠핑카로 들어가서 이색적인 잠자리에 누워 창문밖으로 펼쳐진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보며 잠드는 경험은 캠핑카만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아들은 캠핑카를 보자마자 "이게 캠핑카라는 거구나"라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다

평소에도 자연이나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아들은 캠핑장 주변에 개구리를 잡으로 떠나는 것만으로도

마르크스가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비장하기만 하다.

낯선 경험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며 다시 가게 된다면 여름은 꼭 피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찾은 캠핑장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캠핑장을 검색한다

갑자기 가족들이 주말에 시간이 맞았고, 그냥 보내기 아쉬워 어디라도 가자고 생각했다.

아이 생각에 캠핑을 가고 싶은데 캠핑을 좋아하지 않은 우리는 경험도 없지만 장비도 없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카라반은 갔다 왔으니 글램핑을 가보자고 생각했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평이 좋은 곳은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숙소는 외국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다. 아내가 직장 동료에게 글램핑장 하나를 추천받아왔다. 가성비가 좋아서 해마다 이곳을 찾는단다. 검색을 했을 때 특별하다거나 선뜻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은 아니었지만 주말에도 아직 예약이 가능했고, 거리도 1시간 30분 정도로 1박 2일로 다녀오기 딱 좋은 장소라 별 기대 없이 출발했다.


캠핑장은 겨울철 이글루를 본떠서 만든 숙소였다

지금은 오래됐지만 처음 생겼을 땐 사람들이 좋아했을만한 이색적인 숙소였다

나뭇가지로 주차선을 만든 주차장은 엉성해 보이긴 했지만 관리자의 세심함이 느껴졌고, 뭔지 어설프지만 잘 관리되고 있는 수영장과 아이들 놀이터, 저녁시간 기계로 틀어주는 물방울 놀이와 구석 한편에 마련된 물고기 잡기 체험은 오랜 관리 노하우를 엿보게 했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대충 풀어놓고 수영장으로 향했지만 수영장 물이 아직 차가워서 오래 놀지 못했다.

저녁을 먹기 전 우리는 미리 준비해 간 채집통과 뜰채를 가지고 곤충채집을 했고, 숙소로 돌아와 바비큐로 저녁을 해결하고 난 후 캠핑 중 가장 특별했던 불멍을 때렸다.

추가로 돈을 지불하고 캠핑장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화로에 모닥불을 피워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차에 싣고 다니는 캠핑용 의자를 주변에 놓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본격적인 불멍을 시작했다

밤이 되자 캠핑장에 하나둘 켜지는 불빛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일행들끼리 둘러앉아 평소 못다 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추억을 만들어 갔다. 불을 보고 멍을 때려야 하는데 수시로 화로에 불이 꺼지지 않게 장작 나무를 넣어야 했고 게다가 바람이 내쪽으로 불면 눈이 따가워 뜰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캠핑감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우리 부부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바닥이 딱딱하고, 잠자리가 불편해서 온몸이 찌뿌둥하다

캠핑인지? 노숙인지? 여기저기 쑤시기도 한다.

캠핑장에서 먹는 바비큐는 직화구이라서 잘 타기도 하고, 몸에도 별로 좋지 않다.

캠핑보다는 깨끗한 호텔이 좋다


하지만 아직 캠핑 감성을 좋아할 울 아들을 위해 날씨가 선선해지면 한 번 더 오기로 하고

아쉬운 캠핑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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