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Sep 10. 2018

난 내가 제일 중요해.

내가 살아가는 여기, 지금이 제일 멋져.

현재를 살고 싶다. 지금 여기를 집중하고 싶다.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를 괴로워하다니 말이 되나.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맞고, 힘들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만큼 지금 현재는 힘들지 않고, 나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안되지만 생각은 계속 나쁜 쪽으로만 흐르고 있다. 

그림으로 그리자면 요런 느낌일 듯.


미래에 일어날 일인데 지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거지. 그때 느낄 불안과 당황스러움을  땡겨오는 거야. 예상치도 못한 힘든 일이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너무 당황하고 힘들었었거든. 그런데, 그렇게 계속 미리 불안을 땡겨오니까 지금이 너무 힘든 거야”

“맞아요, 그리고 그 힘든 일들, 의외로 겪고 나면 예상했던 것만큼 괴롭지도 않아요. 막상 현실이 되면 그냥 그렇게 겪고 있어요. 그리고 지나가요. 왜 그렇게까지 무서워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허무하게”

언제부터였을까, 모르겠다. 나는 눈 뜨는 게 무서워졌다. 그래서 잠이 와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이 들어서 눈을 뜨면 하루가 시작되니까.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컵을 씻고, 옷을 입고 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고 점심밥을 먹고 다시 강의를 듣고, 과제가 있다면 과제를 하고 뭔가 부족하면 공부를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그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부담이 되고 실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잘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숨은 어떻게 쉬더라?


진지하게 휴학을 생각하는 중이다,라고 어머니께 전화로 얘기했다. 물론 아직 휴학을 하고는 싶은지 쉬고 싶어서 하고 싶은지 공부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처음으로 휴학 생각이 들긴 했다고 얘기했다. 

 어떻게는 다가올 미래(학교 다니기, 졸업, 취업 그 모든 것)에서 도망치려고 방학 때 집에 내려오는 줄 아셨던 어머니는, 나의 휴학 고민에도 비슷한 걱정을 하셨다. 처음에는 절대 생활을 유예하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어서가 아니라고 설득을 하다가 결국 투정을 부렸다. 

“그냥, 모든 게 지겨워. 앞으로의 일들을 할 수가 없어. 살아가는 게 다 막막해.  곧 시험도 칠 거고 과제도 나올 거고 조별도 할 텐데 모든 게 무서워”

그런데 의외의 말들을 들었다.

“넌 너무 착한 게 탈이야!

 못하면 어때, 네가 못 해서 교수가 너를 민망하게 하면 하하 제가 좀 못해서요 하면 되고 조별과제의 조원이 저번처럼 널 괴롭히거든 그 정도가 지나치면 한두 마디 하면 되지. 너는 네가 계속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교수님을 실망시키면 안 되고 조별과제에서 도움이 되고 싶고, 장학금을 받아서 엄마 아빠 한태 도움이 되고 싶고, 돈이 부족하면 얘기하면 되는데 거기서 굳이 남들에게 뭐라도 사주려고 하고. 

알게 뭐야 그런 거. 너는 네 인생을 살아야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야 모두가. 

네가 편한 게 네가 잘 되는 길이지. 뭐만 하면 남에게서 뭘 받은 것 같아서 미안해하고…. 오히려 엄마는 네 주변 사람들이 너에게 고마워하고 미안해해야 한다고 생각해. 네가 얼마나 멋진 놈인데! 

항상 친구 없어서 혼자 논다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고치려고 하고, 조금만 뭔가 안 되면 자책하고. 야 네가 얼마나 시끄러운 애였는지 아냐. 너는 혼자서 잘만 놀았어. 원래 주변에 누가 있든 없든 하고 싶은 거 하고 혼자 볼 볼거리며 다녔어. 혼잣말도 엄청 잘하고 뭐가 혼자 재밌는지 여기저기 쏘다니고 웃고 다니고….. 남한태는 관심도 없었어. 그리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어. 안되든 잘되는 그냥 하고 싶으면 했어. 

네가 잘 되는 게 중요해. 네가 편한대로 하고 좋아하는 대로 하면 돼. 잘 안 되면 어때 못하면 어때,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정말 힘들면 엄마랑 아빠,  할머니까지도 다 발 벗고 너 도와줄 거야. 네가 좀 잘 안된다고, 의기소침하다고 비웃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주지 마. 

그리고 인생에 뭐 대단한 의미라도 있는 줄 아나본데, 아니야. 힘들 때는 미친 듯이 힘들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고 항상 행복하기만 한 나날은 오지 않아. 그냥 버틸만한 작은 행복이 있고, 사람들은 전부 지나가버리지만 지금 네 옆에서 같이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지금 이거 못한다고 커다란 뭔가가 일어나서 망하는 거 아니야. 그냥, 그냥 살아가는 거야. 그게 반복되는 거야.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될 줄이야! 인생을 살아가는 각자의 스피드가 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다.

빛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긴 하다. 하지만, 그건 그저 자존심이다. 자신이 현재,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가 없는, 그냥 자존심이다. 내 정신건강에 뭣도 도움이 안 되는! 젠장.

그래, 나 편한 게 정답이다.  내가 한심하고 멍청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는 뭐한 자존심 때문에 그럴 수는 없고. 그렇다면 그냥 내가 한심하고 멍청하다는 것을 나만 모르면 된다. 신경도 안 쓰면 된다. 남들이 한심하고 멍청한 나 때문에 어이없어하더라도 그때뿐인 것을 안다. 나쁜 맘을 먹지 않는 한, 능력이 모자란 것이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 봤자 혼자서 지구의 운명을 책임지긴 하나 뭘 하나. 그러니까 편한 것을 하자. 나에게 좋은 일을 하자.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건강도 챙길 것이다. 혼자 지내는 나를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남 걱정도 해주고 시간 많으시네요 해주고 이 나이 되도록 아무 능력도 없는 나를 보고 한숨을 쉬는 누군가에게는 웃어줄 것이다.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다. 내가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나는 나만 아는 사람이다. 난 멋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관계 체력 제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