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사랑을 주고받는 타이밍
소나기도 자기가 지렁이를 죽였다는 것을 알면, 놀라지 않을까? 굳이 따지자면 소나기의 탓도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치 못하게 준 사랑과 상처는 얼마나 될까? 부모를 원망할 수가 없는 자식, 서로 친한 정도가 다른 친구들, 그저 지나가던 시간이 같았던 사람과 길고양이. 우리는 서로 맞춰가자고는 하지만, 그 한계가 있음을 확실히 안다. 그래도 맞춰가려고 하고, 맞춰가는 시간을 소중히 한다. 소나기는 최대한 오랫동안 내리려고 하고, 지렁이는 소나기가 멈추기 전에 땅 위로 나오려고 한다. 그러나 운이 좋게 만나는 순간에서도, 소나기가 그치면 말라죽기 전에 땅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 지렁이다. 우리 모두 상처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