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라테랑 함께하는 팀플에서 살아남는 tip.

대학생은 수많은 팀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까.

by chul

어제 이력서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다가, 우연히 학기별 자료를 모아둔 폴더를 열어보았다.

1학년 교양 팀플부터 졸업논문, 졸업 프로젝트, 특허 출원까지(심지어 이때는 대표였음)… 정말 많이도 팀플을 해 왔다. 내 대학생활의 반 이상이 팀 프로젝트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항상 듣는 말은 “공대도 팀플을 해요?”인데, 과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나는 동기들 중에서도 유독 팀플이 많이 걸리는 사람이긴 했다.

그래서 나는, 달콤한 단호박 라테를 만들면서 씁쓸한 팀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재수를 하지 않고 들어왔기에 항상 가장 어렸고, 공대이기에 항상 팀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던. 항상 ‘소수’였던 내가 팀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임해왔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칼로 열심히 단호박을 잘라준다. 칼의 형형함으로 글쓰고 있는 사람의 감정이 느껴진다면 기분탓이다. 한 50%정도.

1. 일단, 팀 프로젝트가 걸리면 억울한 상황을 맞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선배님 이름은 뺄게요! 는 판타지다.


가능한 팀 프로젝트를 피하고 싶었지만, 필수 강의라면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한다. 나도 한때는 팀 프로젝트는 교수님만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한 5명씩 짝지어서 같은 점수를 주면 되니까. 그런데 내가 많은 팀 프로젝트를 해 본 결과, 교수님들의 눈은 정확하고 생각보다 팀별 분위기를 잘 알고 계셨다.

예전 우리 팀의 한 학생은 항상 자신이 어떤 업무를 맡겠다고 해 놓고 그걸 전공하는 팀원이 아닌 다른 학생에게 친분으로 시키곤 했다. 나쁜 건 아니지만 그 업무가 우리 팀의 지식과 실력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교수님이 나에게 “너희는 그 업무는 잘하니까…그런데 걱정돼. 또 00(팀원 이름)이가 자기 친구 시킬까 봐 ㅎㅎ”라고 하셨고 나는 창피해서 어쩔 줄 몰랐다. 우리라고 그러고 싶었던 것은 아니니까.

다 알고 계시니까 그냥 운이 나쁨을 탓하자.

나는 그냥 이렇게 찧었는데, 믹서기를 권장한다. 사진처럼 하면 몸도 피곤해지고 나중에 알갱이가 씹혀서 마음도 피곤해진다.

2. 이왕 억울한 거 뭐라도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몸과 마음에 좋다.


난 3학년 때까지 공학용 툴을 거의 다룰 줄 몰랐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은근히 무시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공학용 툴을 공부했으며 우리 팀 중 유일하게 다루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몰래 공부했냐고? 아니다! 아주 당당하게 팀원들 옆에서 공부했다.

“나는 이걸 다룰 줄 몰라. 그래도 다루면 팀 프로젝트가 훨씬 진행될 테니까, 공부를 하고 있을게. 너희가 원하는 렌더링이나 모델링을 얘기해주면, 유튜브나 서적으로 그것들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

라고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얘기했다. 내가 할 일이 없는 시간엔 옆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며 공부했다.

이것은 졸업할 때, 내가 자신 있게 얘기하는 능력이 되었다. 그리고 노 베이스여도 무엇이든 해 보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다.

아니 다 하고 나니까 얘를 찾았다. 아오.
단호박이랑 가루랑 우유랑 꿀이랑 같이 끓여준다.

3.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팀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능력치나 그로 인한 자신감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이다.

나는 이건 할 수 있지만, 저건 할 수 없다. 그러나 저걸 하면 내 일이 많아짐과 동시에 팀원들이 내가 저걸 못 한다고 무시하는 일은 적어진다. 그걸 감당할 것인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걸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나는 감당해보길 추천한다. 중간에 나가떨어져도 된다. 다 그런 걸 뭘. 못하지만 대신 뭘 하겠다.라고 확실히 얘기한다.

절대로 글쓴이의 심정이 아니다. 거품기가 고장 나서 텀블러로 우유 거품을 만드는 모습이다.

4. 팀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거의 없을 평등한 관계임을 잊지 말자.


학년이 많이 차이가 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2,3학년쯤 되면 학번은 달라도 학년은 동일할 것이다. 능력차가 많이 나도 상관없다. 우린 다 같은 레벨이며 그 누구도 무언가로 나를 무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회사에 가면 나보다 나이가 적어도 직급이 높거나, 나는 까라면 깔 수밖에 없는 낮은 위치겠지.

예를 들어 교수님이 내게 기분 나쁜 말을 했어도 바로 쏘아붙이거나 그건 기분 나쁘니까 자제해달라고 하기 힘들다. 그러나 팀원끼리는 가능하다.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건 나의 자격지심이다.

저는 단호박 라테에 키위로 장식을 하는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큰 컵이 쟤밖에 없었습니다. 컵의 키위는 무늬입니다.

5. 그러나 서운하거나 화가 나는 걸 말하려면, 화를 내지 말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 너무 오랜 얘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최대한 일주일 이내에 말하려고 했다. 주로 이용한 틀은 다음과 같다.

사실 “~~ 이걸 전달받지 못했어”
나의 감정 “그래서 당황했어”
원하는 해결방안 “앞으로는 회의록을 돌아가면서 쓰길 바라, 지금 그 순서를 정하는 건 어때?”

이렇게 3개만 전달해도 충분하다.


아래는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솔직한 감정표현 “아 진짜 짜증 났어”(팀원들 중 친한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라고 해도! 입조심.)
사실이 아닌 추측 “너 그때 이거 못 해서 나한테 전달 안 했지?”
강압적인 표현 “이러면 나 안 해, 이름 뺄 거야.”
우유 거품을 올려주었다. 한 일 없는 거품기는 왜 뿌듯하게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마치 무임승차한 팀원처럼 말이다!

6. 무임승차하는 팀원이 있다면, 다른 팀원들 중 조장이나 나이가 가장 많아서 리더 역할을 하는 팀원과 할 일을 팀원수에 맞춰서 상의한다.

만약 할 일이 더 많아지거나 적어져도 비슷한 것끼리 묶거나 다른 것끼리 분류해서 어떻게 해서든 4명이면 4가지로 나눈다.

그래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딱히 물러서지 않았다. 네가 안 하면, 우리 모두 안 할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다른 팀원이 서로 싸우지 말라는 의미에서 자기가 다 하겠다고 해서 그 갈등은 종결되었다. 고맙긴 하지만 당연한 건 아니다. 그건 그 팀원이 서로 갈등을 겪는 것보단, 자신이 일을 더 하는 게 편해서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딱히 말리진 않았다.



이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은 아니겠지? 브런치 독자들 중 대학교 팀 프로젝트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의 비중은 적을 테니까. 만약 회사생활을 하면서 훨씬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팀 프로젝트를 해 본 사람들은 내 글이 귀여울지도 모르겠다.(만약 아직 인생 경험이 적은 저에게 해 주실 조언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로 해주세요!)

대학교 팀 프로젝트는 필수적이다. 내가 프리랜서가 아닌 한, 난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갈등하고, 평가받을 테니까. 팀 프로젝트를 해서 다행이다, 안 해서 다행이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차피 할 거면 최선을 다해서 나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만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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