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Apr 03. 2020

난 항상 피곤했다. 납득하느라.

심리상담 쓰고 그림 5


멍청하고 모자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줄 알았다. 

아니, 남들은 그래도 되지만 나는 그러면 안 되었다. 나는 다 알고, 다 잘하고 싶었다. 왜냐면 주변에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주변에는 항상 수석을 하면서 장학금을 타는 친구, 장학금 타면서 알바도 해서 생활비를 버는 친구, 알바로 천만 원 가까이 모으고 월세만 받는 친구, 빠르게 취직한 친구... 잘나고 멋진 친구들이라면 차고 넘쳤다.

그들과 다르게 나는 월세도 비싼 곳에 살고, 용돈도 받고, 취업도 제때 못 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또 그게 납득되지 않았다.) 나는 졸업하고 나서도 내가 집에 손을 벌려야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똑똑하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곤했다.

저 친구가 왜 저러는지, 나는 왜 그랬는지, 왜 다들 저 입장인지, 전부 '왜!' '왜!' 왜!!!

열심히 찾아내면 답을 찾을 순 있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그럴 에너지가 나에겐 없었다. 나를 위해서라도 굳이 모르는 편이 나았다.

나는 납득이 아니라 인정을 해야 했고, 증명이 아니라 이해를 해야 했다.

내 세상은 그걸로 충분했다.

이전 04화 내 멘탈이 깨져도 세상은 그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