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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pr 09. 2020

타인은 심해와도 같아서.

심리상담 쓰고 그림 6


미루어 짐작할 뿐이죠."

이 말만큼 타인과의 관계를 얘기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나는 감탄을 했다. 나를 제외한 모두, 그게 가족이라고 해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도, 하나도 안 친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짐작하든 틀렸을 것이다. 

최근에 한 친구가 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다행히도 전부 오해였다. 바로 해명할 수 있는 오해들이었기에 금방 풀었지만, 정말 신선했다. 나만 다른 사람을 오해하는 것이 아니구나. 다른 사람도 날 이렇게나 오해할 수 있어. 내가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은 그 모든 부분을 이렇게나 오해할 수 있었다. 


심해을 알 수 없는 것은, 파도의 잘못일까? 파도가 심해를 드러내 줄 수 없어서? 

글쎄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바다에 따라 파도의 정도는 다를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충분히 남들을 오해할 수 있고 나도 남들을 오해할 수 있다. 눈 앞의 파도만 보기로 한다. 남의 심해말고 내 심해를 신경 쓰기로 한다. 남의 바다는 파도에 대응하는 것만 신경 쓰고, 내 바다는 심해까지 들여다보기로 한다. 내가 파도에만 신경 쓰느라 내 심해에는 쓰레기가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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