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예요, 취준생을 놀리시는 거예요?
요즘 내가 원하는 직무의 공고가 거의 없다. 그나마 이 전공을 우대해주는 직무는 많아서 지원은 했지만 원했던 직무가 아니고 잘 알던 직무도 아니라서, 그리고 나의 부족함으로 떨어지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예전에 떨어졌지만 가고 싶었던, 회사가 내가 원하던 직무를 갖고 공고를 올렸다. 자신 있었다. 정말 이 직무에 특화된 나만의 경험들이니까.
서류를 내고, 합/불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 달이 다돼가도록 안 왔다. 다시 공고를 살펴보니, 이런. '합격자'에 한해서 메일을 준단다. 부랴부랴 취업 관련 카페를 들어가 보니 이미 면접 스터디가 진행 중이었다. 코로나 이후 확연히 떨어지던 서류 합격률에서 겨우겨우 붙잡던 정신이었다. 그러나 면접 스터디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떨어진 줄도 모르고 그 회사 면접만은 보게 해달라고 빌던 내가 너무 바보 같고, 멍청하고, 그 모든 게 허무했다. 겨우 잡고 있던 끈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서류를 내고, 인적성을 준비하는데 이상한 메일이 와있다.
날 허무하게 했던 그 회사가 아닌가? 뭐지? 공고가 다시 떴나?
"바쁘신 와중에 면접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하의 뛰어난 어쩌고 떨어졌습니다. 추후에 어쩌고 인연이 되길 저러쿵."
뭐지? 나 면접 참석한 적 없는데? 아니, 서류 떨어졌는데?
혹시나 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서류 합격 메일을 받은 적도 없고, 그렇기에 면접을 본 적도 없는데 저더러 면접 불합격이라는 메일이 왔는데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그냥 오류였단다. 그러나 화가 났다. 아니, 불합격 메일을 보낼 줄 알잖아? 그것도 오류로 서류에 붙은 적도 없는 사람에게 보낼 정도면 서류 불합격 메일도 줬어야 내가 덜 비참할 것 아닌가? 지금 같은 시기, 그것도 코로나 덕에 더 고통받는 취업준비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실수가 아닌가? 어떻게 실수를 하면 면접을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불합격 메일을 준단 말인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고 있는데 그 회사에게서 메일이 또 왔다. 사과 메일인가?
"바쁘신 와중에 면접에 참석해주셔 어쩌고저쩌고 불합격입니다 어쩌고"
놀리는 건가?
"몰라, 네가 아까웠나 보다."
엄마에게 이 일을 얘기하자, 같이 속상해하셨다가 위로를 해 주신다. 그래, 솔직히 나만한 인재가 없다. 그 회사의 그 직무에는 말이다. 그건 자신이 있었다. 면접에서 떨어질 순 있지만 서류에선 자신이 있었다. 그래, 나에게 미련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전 애인의 번호를 차마 지우지 못하고 있다가 배달을 그 애인의 번호로 시켜버린 실수와 비슷한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귀사는 늦었다. 나는 더 멋진 곳에 가서 더 멋진 제품을 만들어서 귀사의 라이벌이 되어버릴 것이다. 지금 흐르는 건 눈물이 아니다. 답답해서 달리기를 하고 와서 흐르는 땀이다.
사실, 위의 허세는 그냥 허세다. 속상하다. 놀리기까지 하니까 더 속상하다. 하지만 이 답 없는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떨어진 곳에 대해서 '아깝게 되셨네요, 감히 나를 놓치다니'라고 말하는 것. 그리고 최대한 뒤돌아보지 않는 것. 속상해하고, 맘껏 울고 다시 털털 털어내는 이 자세가, 스펙 없는 취업 준비생의 방법이다.
그래도 속상하니까 오늘은 기분을 풀기 위해 에그 인 헬을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