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신는 네모네모 곰포즘메 걸리고 말맜습니다!
내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겁먹으면서 동시에 기다리는 네모가 있다. 두 개인데, 하나는 이렇게 생긴 놈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생긴 놈이다.
문자와, 메일이다.
취업 준비생인 나는, 이 두 개를 기다리고,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이유는 '합격 소식일까 봐'이고 무서운 이유는 '불합격 소식일까 봐'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 서류 합격률이 거의 0에 수렴하고 있어서 높은 확률로 이 네모네모들은 불합격 소식을 들고 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에도 불구하고! 이 소식을 희망을 갖고 기다리며 또 달려 나갈 수밖에 없는 게 취업준비생의 입장이다. 그렇기에 나는 5분에 한 번꼴로 메일과 문자함을 체크한다. 혹시 놓칠까 봐. 그러나 이렇게 폰을 계속 보며 메일함을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보는 일상에 지쳐간다.
언니, 요즘 왜 이리 바빠?
룸메가 물었다. 아니, 나는 똑같은데? 여전히 자소서를 쓰고,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것뿐인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알았다.
그것뿐이었다.
일상의 그 어떤 행복도 느끼지 못하고 모든 시간에 취업 준비만 했다. 쉬는 시간이 생기면 그마저도 네모들을 체크한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네모가 왔을까 봐 습관적으로 폰을 확인했다.
나는 원래 취미가 많았다. 별 거 아닌 취미들이었지만, 덕분에 굉장히 행복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일들을 미루면서도 하는 허튼짓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 자극이 있어야 이 길고 지루한 기간을 잘 버티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나의 자극은 네모들 뿐이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온통 네모가 가득 찼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네모에 의해서만 느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나 자신을 챙기기란 참 힘들다. 대학생 때까지는 시험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 기간이 지나면 확실히 끝난다는 절대적인 사실이 있었다. 결과야 어떻든 간에 나는 그 기간까지만 버티면 됐고 그것은 큰 안정감을 주었다. 끝을 알기에 괜히 딴짓도 해보고 최선을 다 해 달려가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없다면? 무한정이라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그 기간을 버틸 연료도 점점 사라져 가는 마당에 어떻게 나를 챙긴단 말인가. 당장 1승을 바란다. 1승이면 된다!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치지만 않으면 돼. 너를 챙겨가면서 이 기간을 버텨야 해. 길어져도 되니까, 무너지지만 않으면 좋겠다.”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엄마와 아빠가 합의한 위로였다. 길어져도 되고, 지원 더 해줄 수 있으니 괜찮다고. 그러나 돈 때문에 서로의 언성이 높아짐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병원을 가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하고야 말았다.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처음으로 성대를 움직여서, 공기를 울려서 금지되었던 '그 말'을 했다.
“지쳤어요. 저는 지친 게 맞아요.”
미안합니다. 나는 지치고 말았다. 지쳐버렸고 질려버렸다. 더럽게 힘들다. 잘 지내지 않는다. 네모네모 빔에 맞아버려서 “담신는 네모네모처럼 보밉니다.”뭐 이딴 말이나 하고 있다.
철경 씨, 그러면 하루에 두 시간은 확보합시다.
네모에게 종속되지 않는 시간을 하루에 두 시간이라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취미가 생기겠지. 뭐라도 좋으니까. 어색해도 좋으니까 나를 위해 두 시간이라도, 취업과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겠다. 내 삶에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겠다. 네모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경계를 확실히 하도록. 언젠가,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네모에게 사로잡히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