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현재는 언제부터 모두의 눈칫거리가 되었는가.
자신감이 없다는 말을 듣는 요즘, 운 좋게 면접까지 가도 횡설수설하다가 떨어지고 만다. 내가 봐도 이미 내가 위축되어있고 겁이 먹어있다는 게 느껴진다. 멍하니 걷는다. 걷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00 언니랑 연락 안 한지 꽤 되었네. 여름 더워지기 전엔 보자고 했는데. 됐어, 나 대학 졸업 전에도 맨날 밥 사 주던 언니인데 취업 준비하고 있으니 더 밥 사 주려고 하겠지. 눈치 보이니까 됐어.
할머니한테 전화 안 한지 얼마 되었지?
아 됐어.. 취직도 못 했는데 할머니들도 나 위로해주거나 눈치 보는 말 말고는 하실 말씀 있겠나... 나도 뭐...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이렇게 하루하루 나의 행동 하나하나 검열하면서 '취업을 못 한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미안해하고 있으니, 평소에도 자신감, 자존감 모두 없는 상태로 살아왔을 것이다. 평소가 이런데 어떻게 면접에서 발휘가 되겠는가. 어떻게 자기소개서를 열정적으로 쓸 수 있겠는가.
열정 없는 노력은 고문과도 같았다.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오래가길래 무슨 일이 있으신가 싶어서 끊었다. 그리고 다른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괜히 내 눈치 보시면 어떻게 하지? 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러나 할머니는 아주 밝은 목소리로 날 반기셨다. 오랜만이라며, 다음에 언제 올 수 있냐며, 이 통화는 2분이었다.
전화를 안 받으신 할머니께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는 전화를 받으시며
아까 전화를 받았는데 네가 끊더라고... 그 이후로 3번은 더 걸었는데 통화 중이더라.
슬펐다. 3분이면 되는 통화를 왜 나는 그렇게나 망설이며 미뤘는가. 왜 나는 죄인이 됐는가. 난 죄인이 아닌데, 왜 스스로를 몰아세운 거지? 내가 내 편이 되어도 모자랄 판에 나만은 확실하게 내 적이었다.
모든 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집안 사정이 좋지도 않은데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돈을 받아먹으면서 돈을 계획적으로 못 아끼고 있다는 것도 싫었다. 취직을 하거나, 고시에 통과하여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이 요즘 할 일이 없다는 말도 듣기 싫었다. 그들이 전화 오거나, 카톡이 올 때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들도 나름대로 힘들고 고민이 많을 텐데, 나에게 그 고민을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와 그들의 고통을 저울질하는 내가 싫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그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취준생이 아니었으면, 적어도 학생이었으면.
하지만 어떻게 해. 이건 내 직업이다. 그러니까 하루에 7시간에서 8시간씩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자소서를 쓰고 인적성을 공부하고 공고를 보고 있다. 나는 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게 외부 요인에게 크게 휘둘리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민망하지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글을 써놓고 보니 이 글의 결론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겠다. 요즘 결과를 내야 하는 글만 주야장천 써서 오랜만에 나만을 위한 글을 쓰려니 횡설수설이 되었다.
나에게 취업은 어느 순간부터 목표가 아니라, 이 기간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가 되었다. 그러니 이렇게 괴로울 수밖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봐야겠다. 취업은 무언가를 찾아가고 얻는 과정이라는데 나는 잃고만 있으니, 잘못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오늘은 푹 잘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