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하나씩, 하나씩
퇴사한 후에 인생을 다시 찾아가는 분들이 많은 브런치에서, 취준생의 이야기를 노래한다는 건 꽤나 머쓱하고,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꾼으로, 글과 그림으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 아닌가? 그래서 오늘도 투덜거린다. 항상 나도 ‘퇴사하고 싶다…. 취업하고 나서...’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는 우리에게 좋을 때다,라고는 하지만. 현재 이 시기를 겪는 사람에게는 딱히 위로가 되진 않는다. 확실히 짐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 사실이지만, 내가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사실이다. 상쇄된다.
취업 준비가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쯤 되자 가장 무서운 건, 실패가 습관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듣고, 자소서와 이력서가 완전히 바뀐 지금, 나는 어쩌면 대기업 서류 정도만이라도 비벼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학교를 나왔고, 나보다 경험이 적은 친구들도 인적성 시험까지 갔으니까, 이번엔 어학 자격증도 있으니까. 그런데, 처음 낸 곳을 제외하고 모두 서류를 떨어졌다. 이제 서류 발표가 나도 두근거리지 않는다. 실패할 거니까. 이제 서류를 쓸 때, 긴장하지 않는다. 실패할 거니까. 습관적 희망에서 실패했더니 습관적 실패가 따라왔다. 무엇이 더 잔인한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내 속은 아무도 모르고 나는 희망하든 실패하든 서류 통과도 못 한 사람이라는 이름표는 달려있으니까.
이 습관이 되어버린 실패는 정말 치명적이다. 다른 무언가를 해도 자연스럽게 내 생활습관에 녹아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해볼까? 어차피 안 될 텐데. 오늘따라 그 카페를 가고 싶네. 어째선지 문이 닫혔을 것만 같아. 친구들한테 전화해볼까? 어차피 거절당하겠지 다들 힘드니까.
그렇기에 굉장히 삶 전반적으로 고독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실패했다고 다른 길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습관성 실패 상상을 애써 무시하면서 하나라도 더 적어야 한다. 이 싸움에서 키를 쥐는 방법은 어차피 무한정 커지는 상상과 싸우면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함께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괴롭다. 나의 상상인 실패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드러나서 습관이 된 실패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휴대폰 갤러리를 보았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그 내용을 까먹지 않기 위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놓았다. 그곳에 상반기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다.
올해 하반기는 제발 그렇게만은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국 시즌이 되고, 스터디원들은 하나둘씩 다음 단계를 밟아가는 동안, 나는 아침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남들 다 좋다고 하지만 귀찮아서 무시했던 명상을 시작하였다. 내 세상의 큰 변화를 바라고 한 건 아니다. 그냥, 머리 쥐어뜯으면서 자책하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보다는 숨 크게 들 이마 쉬면서 깨어나는 게 훨씬 나으니까.
오늘도 할 일을 했다. ai면접을 봤기 때문에 하루 종일 피곤할 거라고, 갑자기 비싼 배달 음식을 시켰기에 하루를 죄책감으로 보낼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나의 하루는 길었다. 스터디 과제를 하고, 또 하나를 내고, 이렇게 글을 쓴다. 나는 여전히 상반기 때처럼 아파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픔에 더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아파하면서 치료가 필요한지 끊임없이 살피고 있다는 것. 염치불구하고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고, 그리고 하루를 망치지 않기 위해 조금씩, 습관처럼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실패가 습관이 되어버렸다면, 그럼에도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습관으로 만들면 된다.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그저 오늘 하루의 일을 다 했고, 오늘의 계단을 오늘도 습관처럼 올라갔을 뿐이다. 내일도 그런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