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의 웃음소리가 날 괴롭힐 때

유난도 병인가요

by chul

나의 병은 무난해지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는 게, 하면 할수록 최악으로 떨어지는 가속도가 붙는다.
그렇게 우울증을 인정하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사실 이게 우울증인지 아닌지 확실치는 않지만, 여하튼 내가 괜찮지 않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가 2년이 걸렸다.

일단, 나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다들 행복하게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나 또한 그래야 마땅했다. 하지만 난 술자리가 즐겁지 않았다. 일단 술을 마시면 배가 아프기도 했고, 그렇게 술김에 친해져서 다음날 다시 어색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싫었다. 즐겁지 않은 대화에 억지로 끼어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힘에 부쳤다.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하는 거지? 나는 정말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는 사람인데 그들이 웃는 포인트에서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나도록 웃으려고 노력했으며 집에 오면서 볼을 문질렀다. 하지만 다들 즐겁다고 하니까, 그게 맞으니까. 나는 즐겁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런데 젠장 더럽게 재미없었다.

지금은 감히 말할 수 있다. 얘들아 너희랑 노는 거 재미없었어! 너희는 재밌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랑은 안 맞았던 모양이야!

그렇게 천천히 도망을 갔다. 자연스럽게 주변에 사람이 없어졌고,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방 안에 누워서 하루 종일 보일러의 깡깡 소리를 들었다.
남들, 남들은 뭘 하고 있지?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잡으며 술도 마시고 가끔 수업도 빼놓고 도망가고, 햇빛을 맞으며 웃고 다녔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우습게도 이게 내 우울의 시작이었다.

남들은 당연한 것이 내겐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할 때 가장 괴로웠다.

예를 들면 나는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눴다.

: 대학생 좋겠네~ 너무 놀지 말고 공부도 해야 한다.

나: 저 친구가 없어서... 그냥 도서관에서 살아요 하하

:?? 친구가 왜 없어?? 대학생들 다 술 마시고 우르르 다닐 때 아냐?

혹은

: 시험공부 잘 돼가?

나: 아니, 너무 막막하네 멘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야

: 그 강의는 족보 엄청 많기로 유명하잖아! 선배나 동기들한테 달라고 해

나: 아는 사람이 과에 없어서…

:??? 왜 과에 아는 사람이 없어??

자신의 세계가 당연한데 그 세계에 속하지 않는 나를 보는 그들의 시선이 참으로 아팠다. 처음에는 그 시선에 부응하기 위해 계속 약속을 잡고, 사람들 사이에서 친분을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웃었다. A대학교를 다니면 당연히 B를 해야지!
라는 말을 들으면 B를 억지로라도 했고 못 했을 경우에 나의 한심함에 한참을 울었다.

변화는 문제를 인식하면서 시작된다. 그 날은 여전히 집 안에서 보일러 땅땅따따땅 소리를 들으며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가구 같은 삶이었다. 원래 그 자리에 있고 굳이 움직일 필요도 그런 생각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하하!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에 나는 왜인지

분노했다.

그리고 내가 분노했음을 깨닫고, 굉장히 당황했다. 아니 내가 왜 웃음소리에 분노를 하는 거지? 시끄러워서? 아니다. 나는 웃지 않은 지 오래인데 왜 너희는 밝은 햇빛을 받으며 웃고 있어, 감히, 너희는 왜 나와 같지 않아, 왜 나는. 의 분노였다.

그때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누가 웃는 소리 가지고 한없이 화를 내고 분노를 하는 삶을 나는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횡단보도만 보면 뛰어들 타이밍을 잡고, 억지로 수업에 가다가도 갑자기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나는,

혼자서 가고 싶었던 카페에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비가 굉장히 오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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