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refresh!

정신을 차려 보아요.

by chul

앞에 아주 감성 배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부끄러운 글을 썼다. 글을 써서 내 감정이 정리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데 굳이 그것을 올렸다는 사실에 너무 후회가 되었다. 최근에 조급함과 침착하지 못한 내 마음으로 인해 다양한 실수들, 흑역사들을 생성하고 있어서 빠르게 발행을 잠시 취소했다. 하지만 읽어주신 분들, 반응해주신 분들이 계시고, 누군가는 공감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얼굴에 열이 나지만 다시 발행을 했다.

그리고, 오늘 쓰는 글과 이어지기 때문에 다시 발행한 것도 있다.



불합격을 눈치로 알아챈 나는 굉장한 허무함에 이도 저도 하고 있지 못했다. 나쁘지 않은 면접이었고, 최종 면접이어서 잘만 하면 내 1년이 넘는 취준 기간을 끝낼 수도 있었기에. 그렇게 빈둥빈둥거리다 보니 운동을 안 하게 되고, 같이 사는 친구들이 먹는 야식을 얻어먹고, 이를 갈며 늦잠을 자면서 많은 안 좋은 습관을 한 번에 가졌다.


참외를 들고 들어온 엄마는 각오한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철경아, 지금 내가 봤을 때는 너 취업이 1순위가 아닌 것 같다. 아빠 하고도 얘기해봤어.

네가 너무, 조급함 등의 안 좋은 감정으로 돌돌 뭉쳐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그 뭉친 것을 풀어주는 게 1순위 같아.


엄마의 얘기는 그러했다. 그래, 최종면접 간 것도 알겠고, 얼른 그만하고 싶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아니냐. 너는 다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너는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굼뜨고, 몸도 마음도 움츠려 들어있어. 그러니 일단,


운동을 하고 건강한 과일을 챙겨 먹으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라.


알바를 꼭 안 해도 되니까, 알바 면접이라도 붙어보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억지로라도 채워라.


네가 면접을 이렇게 자주 간 것을 보면 너는 스펙적인 부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 너처럼 움츠러든 사람을 뽑진 않을 것 같다. 반대로, 네가 상황이 어떻든 개운한 상태라면 너는 알바를 하더라도 잘 먹고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 지인의 따님 얘기를 해 주었다. 지인의 따님 또한 꽤 좋은 대학이지만 취직을 오랫동안 하지 못했는데, 엄마의 지인께서 뭐라 할 때마다

괜찮아~ 엄마! 나 잘 돼! 잘 되어가고 있어!!

이러더란다. 그런데 그 산뜻함이 너무 주변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줘서, 그 얘기를 전하는 지인분도 자식 걱정이 아닌,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취직을 해서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니신데,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나 괜찮아! 나 돈 많아~!

하고 있다고 또 웃으며 그분 이야기를 했다고.


나도 이 이야기를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아니, 누가 봐도 나보다는 그가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을 터였다.


엄마가 멍 때리는 내 앞에서 손뼉을 치며 말한다. 리프레시 리프레시! 이게 약간 다른 의미의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도 다시 그 회사 생각이 나면 엄마가 머릿속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어디를 전투적으로 지원하거나 준비할 상태는 아닌 듯하다. 물론, 대충 적더라도 지원은 하겠지만, 우선순위를 다시 새겨봐야 할 것 같다. 불합격했다는 사실이 정해지니 마음이 편하면서 무겁다. 다시 최종까지 갈 수 있을지, 최종에 가서 합격을 할 수 있을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 어떻게 될지. 희망적인 미래가 그려지진 않는다. 그냥 바보같이 오늘을 바라보며 살아야지. 운동 시간을 확보하고, 예전에 좋아했지만 지금은 입을 수 없게 된 청바지를 입는 것을 1순위로 둔다. 충격은 서서히 시간에 따라 흐려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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