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그만 받고 싶다.

나는 실패했기때문에 과정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었다.

by chul

그럼 뭐해, 떨어졌잖아.

뜬금없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과정보다 결과가 주는 보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언제든 내 결과에 대해서 요상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단순히, '그래도 최선을 다 했어'로 세상 살아가기 충분하다고 믿지 않는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잘했다고 위로해줘도. 취준생은 취업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공시생은 시험에 합격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그 과정이 값지고 나에게 인생에서 주는 인사이트가 많다고 해도 우리가 계속 시험공부만 할 수는 없지 않다.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생활비를 벌고 사회에 들어가야만 한다.


나라고, 모두가 어느 정도 기간이 되면 들어가는 사회에서 내쳐지는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이렇게까지 마음고생은 안 하는 것 같은데 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자격이 없는것인지, 자격이 없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벌어먹고 살아야하는지 항상 고민해왔다. 그 흔한 '극단적인 선택'도 진지하게 고려해봤지만 나는 자격도 없고 능력도 없는 주제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많아서 함부로 할 순 없었다. 내 무능력으로 충분히 여기저기 신세를 끼쳐왔는데 또 마음에 짐을 지어주고 싶진 않았다. 그 선택을 하려면 일단 나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관계를 끊어야만 하는데, 다시 진지하게 세상을 등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또 질리도록 연락이 오고 말았다. 어디서 뭐하냐며, 밥은 먹었냐며, 우리 언제 볼 수 있냐며.

면접에서 주구장창 떨어지고, 친구들의 '안 될 줄 알았는데 되었어! 그냥 지원했는데!'하는 말을 듣고, 나라고 좋아서 과정을 들먹이는게 아니다. 과정에서 얻은 것이 없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마음조차도 태울 수가 없기에 억지로 '그래도 값어치 있는 시도였어'라고 말하고 있다.

모두에게 거부당한 사람은 대체 어디서 뭐하고 지내야하는가? 내가 가진 건 정말 '살아있음'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깊고 비장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나는 그렇게 되어야하는지 억울하다. 정말 내가 이 시기를 회상하고 있긴할까?


위로받기 끔찍하고 축하해주기 질리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