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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Oct 12. 2021

누군가를 싫어하는 알고리즘.

물론 사람 간의 일이니까 딱 떨어지는 알고리즘은 없겠지만.

이야 20대 얼마 안 남았는걸? 큰일났다~해서 호다닥 이 매거진에 글 씁니다.


야, 걔 인스타 최근까지 했더라.
아이 깜짝이야 걔 인스타그램도 해?


그 친구가 인스타그램을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째선지 그 친구가 최근에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우연히 찾을 사람이 있어서 숨김 친구에 들어갔다가, 한 친구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을 보고 놀랐다. 나도 모르게 ‘뭐야 얘 살아있었나.’하는 서늘한 중얼거림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내가 그들을 아예 머릿속에서 죽었다고 여기나 보다. 그래서 그들이 산 사람다운 행동, (그냥 살아있으니까, 당연하다. 인스타그램을 하거나 프로필 사진을 바꾸거나 연락이 오거나)을 하면 좀비를 본 최초 목격자처럼 화들짝 놀라고 만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사람을 잘 싫어하지 않는다. 애초에 남한테 관심이 그렇게 없는 편이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 1명 생각할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 10명을 생각하자는 주의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타입으로 나누긴 힘들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한 경우다. 단순히 성격이 안 맞아서가 아니라, 그건 그 사람의 미숙함이거나 인성의 문제여서 누구나 맞을 수 있는 칼이었는데 지나가던 내가 재수 없게 맞아버린 경우다. 아마 그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나 말고도 칼 맞는 사람을 많아질 것이다.


저번 글의 가장 친한 친구의 불행을 비웃고 사과하기 싫어서 외국에서 연락 끊어버린 A(얘는 아직 내가 앙금이 남아있다.). 혹은 자기가 따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과 친하다는 이유로 나를 왕따 시켜서 중학생 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해주고는 성인이 되어 갑자기 대학이 어디냐며 웃으며 다가왔던 어떤 아이를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질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뒷담 전해주기’가 있다.

뒷담은 할 수 있다. 차라리 뒷담 하는 사람이 낫다 훨씬.

그 친구는 평소에 굉장히 침착하고 남 배려를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친구들 앞에서 나에게 내 뒷담을 전해주는 앞도적으로 의외의 매력을 발산했다. 단 둘이 있었으면 1%라도 나와 이야기를 해보려고 꺼낸 화제라고 생각해보겠지만, 타인 앞에서 괜찮다고 생각한 친구한테 뒷담을 전해 듣는 건 참으로 아팠다.

그래서 걔가 너더러..
아니, 잠깐. 너 지금 내 뒷담 전해주고 있는 거야? 뒷담 당사자한테?
그래, 너 그만해.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바로 사과했지만 사실 더 당혹스러운 건 나였다. 조금만 생각해보거나 최소한의 배려가 있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본다. 그 뒷담에 그 친구도 동의하는 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서로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고 잘 마무리하면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여전했다.

물론 사람마다 인간관계를 맺어온 경험이나 종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 (그래도 인성 문제의 수준인지 생각해보자) 어떤 의도였는지 몰라도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 성장하게 된다. 나 또한 그래 왔고 그렇게 참아온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되었겠지. 하지만 이렇게 때리면 치명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얻어맞고 알려주는 당사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보호자 거나 교육자라면 모를까, 그냥 같이 미성숙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인데 ‘표본’이 되어 너덜너덜해질 필요가 있을까.

그 친구들은 나를 통해서 이러면 안 되는구나, 를 알게 되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상처를 받았다. 나는 굳이 그의 미래에도 관계를 지속할 생각이 없어지고 만다. 뭐 앞으로의 관계, 계속 그렇게 맺다가 가시던가~아니면 알아서 잘 맺고 잘 사시던가~하면서 조용히 머릿속에서 숨김 처리를 해버린다.

만약 그의 소식에 놀라지 않고 진심으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가 나와 그의 완전한 끝이다.



뒷담을 전해준 친구는 계속 연락이 온다. 연락이 올 때마다 또다시 깜짝깜짝 놀란다. 아니 얘가 메시지를 보내다니?

나도 별 일이 없으면 함께 이야기를 이었고 그 친구는 예전에 사과했음에도 여전히 미안해함이 보인다. 그러나 계속 마음 한구석이 저릿한 건 그냥 내 속이 좁아서라고 치자. 그가 이번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에겐 안 그러면서 잘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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