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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Jan 15. 2022

상대방을 너무 배려해서 뒤를 돌아 앉았다.

나의 모든 상황에 내가 없는 이야기

비참함보다 굴욕감을  크게 느낀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순수하게 굴욕감(이라기엔 억울함이나 여러 다른 감정들도 섞였겠지만) 때문에 눈물이 나왔다.

나의 스토리를 모르는 상대방은 그 어떤 이야기도 필요 없다고 잘랐기에, 그저 들었다.

미리 준비해오지 않은 것부터, 마스크 색깔, 옷차림, 자세, 자기관리를 못하여서 더 불어난 체중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 모든 화살의 중심은 ‘뒤돌아서 기다린 내 자세’에 있었다.

상대방은 30분 늦었고, 나는 카페에서 벽쪽이 아닌, 내 뒷모습이 보이게 앉아 있었다. 확실히 센스가 없는 행동이다. 나또한 처음엔 자연스럽게 벽쪽에서 상대방이 오는 모습을 보고 바로 자리를 알려줄 수 있게 앉으려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지금 문 옆쪽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하고 미리 알려주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 안그래도 늦어서 미안해하시던데, 괜히 내가 자리 알려주면 먼저 와 있다는 사실을 부각해서 부담주는 거 아니야?

라며 삐걱거리면서 뒤를 돌아 앉아버렸다.

상대방을 너무 의식해버린 것이다.

최근의 나는  중심이 없이 휘둘리고 흘러가고 있었다.


조급해진 탓일까,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다녔다. 최근에 면접이란 면접에 모두 떨어졌단 이유로 유튜브 영상까지 전부 찾아보았다. 먼저 좋은 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은 ‘너의 목소리가 야무져 보이니 우리 직무를 하기엔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였다. 많은 영상들은 ‘ 면접에 여유있게 해라 했다. 항상 힘을 너무 주고 긴장을 하여서 어깨를 풀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나이기에, 이번에는 나이브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중간도 없었고,  중심도 없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상황에 나를 맡기고 남을 위하고, 모든 행동과 생각의 중심엔 내가 없었다. 살을 빼는것도 사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돈을 기꺼이 내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면접에서 보일 인상을 위해서 뺀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살때문에 생길 건강 염려와, 예전의 옷들을 입고싶은 나의 바램으로 운동을 해야 했다.남들이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상관없어. 지금까지 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왔다는 ,  본성이 상종못할 쓰레기는 아니기 때문이겠지. 상황에 휩싸이고 주변 눈치를 보느라 하지 않고 미뤄왔던 것들, 느슨해져서 이젠 하지 않던 독서, 남들에게 절실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노력.  모든 것들이 미루다가 불어나버린 통지서처럼  방문 앞에 쌓여있다. 그래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나보다. 그 방문을 겨우 밀어열고 세상밖으로 나갈 바에야 침대에 누워서 모른 척 하는게 나으니까.

모든 상황과 상태에 나를 넣기로 한다.

모든 기준과 이유에 나를 넣는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바라보는 풍경, 보고 싶은 풍경, 자연스러운 바람을 느낀다. 이 자세가 옳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해야 내가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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