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생각한 건 전부 억측이었다.
그냥 솔직해져야 해. 너 자신이 되어야 해.
요즘 사람들을 너무 넘겨짚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현재 이런 상태니까, 그들이 날 이해해줘야 해, 이런 괘씸한 마음도 품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얼도 당토 없는 선택을 내리거나 괜히 말을 날카롭게 했다.
그 안 좋은 상태가 누적되어서 요 며칠 동안 밖으로 안으로 터졌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남들을 함부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였는데. 마음대로 예상하고 원하지 않는 배려를 해주거나 정작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는 이 말에 상처를 받았어.
최근에 같이 사는 친구를 상처 입혔다. 가족끼리도 집안일이 완벽하게 분배가 안 되는데 친구일 뿐인 우리들이 오죽했을까. 평소라면 나 또한 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온갖 머리를 썼겠지만,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앞의 사람은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심지어 내 기분도 살피면서 얘기해주고 있었다.
내가 말을 날카롭게 한 거 미안해. 네 생각대로 나는 짜증이 쌓여있었고, 그게 카카오톡 메시지에 그대로 드러났어. 나도 보내고 나서 후회 많이 했어. 네가 말했듯이 집안일의 우선순위는 모두가 다르고, 그게 집에서 일을 주로 하는 나에게 더 많이 드러난 건 너도 알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 그게 정당화될 순 없겠지.
네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너무 무안했어.
앞으로는 나도 더 이야기할게. 나는 그게 더 너의 기분을 덜 상하게 할 줄 알았어. 너무 자주 말하면 너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그 친구와는. 하지만 조금씩 정신을 차리면서 이번 주에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가 떠올려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똑똑한 척을 하면서 잘못 파악한 그들을 대한 내 행동이. 집에 있는 오둥이 바디필로우에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려도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멍청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관계나 여러 행동, 생각 등은 잘 파악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아주 멋있게 말아먹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의외로 좋은 사람이 아니고, 그냥 나일뿐이었다. 내 입장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했고, 그 부분이 미안하거나 부끄러워도 할 수 없는 부분은 잘라내어야 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내리면서 뭐라도 아는 것처럼 뿌듯해했다니. 전부 억측일 뿐인데.
내가 이렇게 내 생각만 하는 것처럼 남들도 내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있으리라.
전부 망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결국 나만은 최종의 내 편이 되어야 한다. 잘 못 해왔으니, 지금부터라도 다시 재정비하면 된다고. 남들 다 나를 비난해도 나만큼은 스스로를 잡아줘야겠지. 지금까지는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던 것 같다. 일단 남들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중심을 옮겨야겠다. 요 몇 주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또 너무 자기중심적이 되면 누군가가 알려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