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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r 13. 2022

나는 나일뿐.

내가 널 생각한 건 전부 억측이었다.

그냥 솔직해져야 해.  자신이 되어야 해.


요즘 사람들을 너무 넘겨짚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현재 이런 상태니까, 그들이 날 이해해줘야 해, 이런 괘씸한 마음도 품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얼도 당토 없는 선택을 내리거나 괜히 말을 날카롭게 했다.

그 안 좋은 상태가 누적되어서 요 며칠 동안 밖으로 안으로 터졌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남들을 함부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였는데. 마음대로 예상하고 원하지 않는 배려를 해주거나 정작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는  말에 상처를 받았어.


최근에 같이 사는 친구를 상처 입혔다. 가족끼리도 집안일이 완벽하게 분배가 안 되는데 친구일 뿐인 우리들이 오죽했을까. 평소라면 나 또한 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온갖 머리를 썼겠지만,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앞의 사람은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심지어 내 기분도 살피면서 얘기해주고 있었다.


내가 말을 날카롭게 한 거 미안해. 네 생각대로 나는 짜증이 쌓여있었고, 그게 카카오톡 메시지에 그대로 드러났어. 나도 보내고 나서 후회 많이 했어. 네가 말했듯이 집안일의 우선순위는 모두가 다르고, 그게 집에서 일을 주로 하는 나에게 더 많이 드러난 건 너도 알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 그게 정당화될 순 없겠지.


네가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너무 무안했어.


앞으로는 나도 더 이야기할게. 나는 그게 더 너의 기분을 덜 상하게 할 줄 알았어. 너무 자주 말하면 너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친구와는. 하지만 조금씩 정신을 차리면서 이번 주에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가 떠올려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똑똑한 척을 하면서 잘못 파악한 그들을 대한  행동이. 집에 있는 오둥이 바디필로우에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려도 어쩔  없다.


사실 나는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멍청하지만 그래도 사람들 관계나 여러 행동, 생각 등은  파악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아주 멋있게 말아먹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의외로 좋은 사람이 아니고, 그냥 나일뿐이었다.  입장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했고,  부분이 미안하거나 부끄러워도   없는 부분은 잘라내어야 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내리면서 뭐라도 아는 것처럼 뿌듯해했다니. 전부 억측일 뿐인데.

내가 이렇게 내 생각만 하는 것처럼 남들도 내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있으리라.

전부 망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결국 나만은 최종의 내 편이 되어야 한다. 잘 못 해왔으니, 지금부터라도 다시 재정비하면 된다고. 남들 다 나를 비난해도 나만큼은 스스로를 잡아줘야겠지. 지금까지는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던 것 같다. 일단 남들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으로 중심을 옮겨야겠다. 요 몇 주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또 너무 자기중심적이 되면 누군가가 알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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