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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Apr 16. 2017

나는 왜 끌려다니며 살고 있는가

수업이 싫어서 도망갔던 서촌과 경의선 숲길에서.

'아 그림 그리고 싶다'(도서관에서 공부중)

'아 노래 크게 부르며 뛰쳐나가고 싶다'(강의중)

'아 하기 싫다'(공부중)


항상 나의 상태였다.

그렇게 앞에 있는 일에 집중은커녕, 잠도 제멋대로 자고 밥도 제멋대로 먹고 다니다가 저번 주에 한번 크게 데어서 응급실까지 갈 뻔했다. 그제야 억울해졌다.


나는 왜 이렇게 끌려다니며 사는 거지?

우산 안에 벚꽃이 내리는 걸 그리고 싶었는데 실패...... 나중에 원하는 그림으로 또 그려서 다시 올라올 예정(즉 재활용할 예정)인 그림. 하지만 사실 이 분위기도 맘에 들다.



사람 한태 끌려다니는 건 명백히 아니고, 일상이 나를 끌고 가게끔 만든 것이 결국 나라는 걸 알면서도.

생각하기 귀찮고 챙겨 먹기 귀찮고 신경 쓰기 귀찮다는 이유로 나는 내 몸과 마음 모두 절벽 끝까지 몰아세웠다.

다름 아닌 내가 나를.


그렇게 아프고 나서 월요일이 시작되고. 평소와 같은 길을 걷다가 짜증이 확 났다.

아 나한태 왜 이래 진짜.


나는 왜 이렇게 끌려다니며 사는 거지?!


집 근처에 경의선 책거리가 있다. 지금은 졌지만 엊그제만 해도 벚꽃이 예쁘게 피었었다.

지각할 것을 알면서도 명하니 책거리로 가서 아무 곳에서 걸터앉았다.

벌써 3번째 생각이다.


나는 왜 이렇게 끌려다니며 사는 거냐...

앞으로의 일정 괜찮은거냐..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아 보였다. 바뀌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나는 어느샌가 이렇게 살아왔으므로.

그래서 내린 정말이지 당연한 결론!

'그래 밥을 먹고 과일을 챙겨 먹자!'

도망치는듯이 온 나의 산책길. 정말이지 나의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산책길

일단 건강해야 마음의 여유를 찾든 할 거 아냐!

솔직히 그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면 내가 건강을 챙기자 라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 이미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건지도 모른다.

항상 수업 전에 배가 아픈 강의가 있었다.

어느 날도 똑같이 수업 전에 배가 아팠다.

갑자기 화가 나더라.

이 수업이 뭐길래 이렇게 까지 배가 아파야 하나... 이렇게 까지 부담을 가져야 하나.

'그래 서촌을 가자'

그리고 복통이 없어졌다. 나는 친구와 함께 수업을 째고 서촌을 갔다.

물론 그다음에 그 강의를 듣지 않아서 진도를 따라가는데 애먹었지만. 그 이후로 배가 아픈 일은 없어졌다.

그러면 그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까?

물론 아니다!

배는 안 아파졌지만 그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있던 건 아니다.

도피성 '여행'이라기에는 너무 짧고. 사색도 하지 않았고 '일탈'이라기에는 정말 그냥 하기 싫어서 나온 것뿐이었던 한심한 '반항'.

물론 수업을 안 가고 잠깐 나들이 가는 건 좋다. 나도 좋아한다 몇 년째 해오는 짓인걸. 근데 그것이 몇 년간 나를 지배해온 '여유 없음'을 없애주기에는 전혀 충분치 않았다.

자그마한 반항으로는 깨달음도, 여유로움도 뭣도 없었다.

이런 목적이 아니라 정말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라도 도망가지 않고는 못 버티겠다면 잠깐 떠나는 것도 좋다. 물론 일을 그만두거나 긴 여행이 아니고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각오를 해야 한다.

그 각오는 뒤로 미뤄두더라도. 가고 싶으면 가는 게 좋다.

생각은 너무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다.

나의 이 끌려다님은 결국 너무 많은 생각 때문이었다.

또 언젠가 다시 끌려다니듯이 살게 되더라도.

다시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그건 미래의 나에게 맡길 뿐이고!

나는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며 해야 하는 걸 하면서 밥을 챙겨 먹고 과일을 사 먹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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