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에 살았을 때 나는 늘 2층침대의 2층에서 잠을 청했다. 그나마 개인적 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에 침대마다 커튼이 쳐져있고 천장이 바로 맞닿게 있기 때문에 관 같다. 이 버릇으로 혼자 사는 지금도 난방 텐트를 산다는 핑계로 비슷한 직육면체(?) 텐트를 사서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관 같다. 잘 때마다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남이 보기엔 걍 이랬을듯
지금 관에 들어가면 나는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내 해피엔딩이란, 이 브런치북의 제목인 '취준'대로,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펙'대로 '대기업 취업'인 것일까?
그러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대기업 취업 이후에 동화처럼 인생이 '그렇게 강철경이는 S전자에 들어가서 원하던 마케팅 일로 인센티브를 분기 별로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지금 죽으면 그 무엇보다, 이 답 없는 시기에 남들에게 답을 찾고 구하고 빌고 다녔다는 것을 후회할 것이다.
지가 잘못해놓고 딴사람 탓하는거 맞음
공백기가 1년이 넘어가면 안 된다는 나의 강박과 다른 사람들의 말에 나는 지원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4시간 모두 취업준비에 올인했다. 사실 이것도 상담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커피 마스터가 된 것은 좋다만, 생활비가 남들에게 달려있는 것, 그리고 한없이 부족해서 또다시 신용카드를 써야 하는 아이러니를 나를 버틸 수가 없었다. 차라리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제대로 사무보조를 하던 계약직 일을 하던 월 200은 버는 일을 병행했던 편이 지금 느끼는 이 비참함을 덜 느끼게 했을지도 모른다.
정답은 없어도, 나는 내가 이런 사람임을 알면서도 오로지 남들의 이야기에 '나보다 더 그들이 잘 알 테니까'란 이유로, 내 고집을 꺾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현실적이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선택했다.
젠장
결국 남은 것은 내가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를 고민하며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나.(간지 난다)
이렇게 살아야한다
수습과 괴로움은 내 차지인데, 이건 내 인생인데. 난 남보이기 인생을 너무 많이 살았다.
두 번째, 알량한 자존심(애매하지만 나름 인서울 4년제 공대에 나오고 전 직장이 나름 괜찮았단 이유만으로)으로 내 생계에서 아르바이트 같은 나이대에 안 맞는, 남들이 없어 보인다고 하는 일을 안 해서 생활비를 못 벌고 굶어 죽는 것도 후회할 것이다.
이렇게 적다 보니 뭔 돈 없는 사람 같은데 그건 맞고(?) 정확히는 시간을 산다고 알바니 계약직이니 일을 거의 안 했다. 당연한 수순인 셈. 그런데 시간 산 것 치고는 지금 뭐 공채니 수시채용이니 얻은 게 없다. 그럴 거야면 적어도 돈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나.
난 비가 와도 체통을 위해 걸어가는 선비가 아니다.
대충 얼레벌레 살자
애초에 족보 올라가면 노비 집안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쩝.
마지막, 삶이 연속적이란 사실을 모르고 하나만 획득하려고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쏟아넣음을 후회할 것이다.
내가 정말 바라는 마지막이 있는데, 그냥 편안하게 쉴 때 삶에서 '로그아웃'되는 것이다.
로그아웃
그 어떤 것도 없이 제일 편한 상황에서 죽는 것.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안 된다. 아침에 또 일어나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뭐라도 해야 한다.
1년간 그놈의 취업준비, 자소서, 면접을 보다 보니 이제 화가 치밀다 못해서 다 던져버리고 싶다. 면접에서는 왜 다 답이 정해진 것을 묻고는 대답하면 '아닌데 아닐 텐데??'라며 사람을 비꼬는지... 전 직장 트라우마인지 나는 이제 임원, 부장급의 사람들과 안 맞는 게 아닌지 생각하고 있다. 그 회사 안 다니면 그냥 남남일 뿐이면서 새끼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걸 보아 이제 기업 들어가기 글렀나 싶다.
그럼, 뭐해먹고살지?
머릿속엔 빈둥거리는 농담곰뿐이다.
아니 돈은 어떻게든 모을 수 있겠지?
카드값이나 월세도 수습이 될 테고. 운이 좋게도 나에게 거액의 빚이 아니라 몇십만 원 헬스장이나 심리상담비용 할부금 정도이니.
다른 생활과 다른 일을 해야겠다.
걱정해 봤자 걱정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던 삶이고, 그럼에도 또 무언가를 먹고 수습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며 살아지더라.
물론 나는 아직 뼛속까지 한국인이기에 누군가가 '공백기 감동'거리면서 갑자기 뭐 대기업 어디에 붙길 바란다. 하지만 난 이제 나이가 좀 들었고 그런 기적 같은 일이 갑자기 일어나지는 않으며 나 또한 그 길을 위해 계속할 성격도 인내심도, 현실적 자원도 부족함을 알고 있다. 작은 기업을 가려고 해도 또 거기서는 '이전 직장이 이리 좋은데 여기서는 만족 못 하겠군요' 이지랄거리니 할 말이 없다. 내가 이전 직장이 삼성이면 모르겠는데 그냥 어중이중견 다녔다.
그래, 그렇게 사회가 날 안 받아준다면, 나도 이제 이 길은 막혔다고 생각하련다. 사회에 속하고 돈을 벌고 살아가는 일은 분명히 다른 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이 무엇인지는 나는 모른다. 그래서 더 많은 도전과 인내심을 가지고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