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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May 15. 2024

그렇게 궁금해하시는 장기 취준생의 솔직한 이야기.

꿈을 찾으라뇨, 저는 그냥 먹고살겠다고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이 매거진을 만들었다.

세븐틴 날라리 많관부

오늘은 제가 귀가 따갑도록 들은 ‘왜 첫 직장 노력해서 대기업을 가지 않았냐’ 그리고 ‘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직무와 산업과 전공을 바꿨냐’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못 간 거다 대기업은. 나 안 좋아하더라. 같은 대학을 나오고 같은 인턴을 해도 난 전환이 안 되더라. 나와 같은 대학, 학과인 친구들 동생들 선배들 다 그놈의 당신들이 좋아하는 S전자 H자동차 L전자 S닉스 갔다. 부지런히 노력했는데 못 갔더라.


왜 못 갔냐면

그것도 당신들이 좋아하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 한 사람이라서 그렇다. 우울증이 심해져서 정상적인 일상에 오기까지 5년이 걸렸으며 그동안 내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그나마 적성을 찾았다. 그 길로 가려니 스타트업에 가니 돈 없다며 나가라 하고 중견 기업 가니 괴롭혀서 나왔다.


됐냐?

그런데 이 이야기는 면접과 자소서에서는 못 하잖아.

모두 다 그걸 묻는 당신들 덕에 이렇게 된 거라고 내가 말할 순 없잖아. 새D들아.



좋아하는 일을 해라.

대기업 가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러 스타트업에 가라.

한 일을 꾸준히 해라.


전형적인 한국형 인재들이 종종 듣는 말이다. 나에겐 동생이 하나 있는데, 아주 착실하게 자신의 일을 잘 닦아온 케이스다. 하지만 아직 20대 초중반이다. 대학 졸업도 전이다. 아마 S나 H 같은… 대기업을 졸업 전에 갈 케이스이다. (같은 대학을 나왔지만 방황만 한 나와 다르다.) 나 같은 사람들은 그냥 공부만 하래서 공부만 했다가 갑자기 뭔지도 모르는 이 사회에서 꾸준히 한 회사나 직업을 위해서 노력해 왔다는 증거를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미션이 버겁다. 나만 버겁나? 그렇다면 미안하다. 아니 적다 보니 왜 사과하는겨


너는 좀 늦을 뿐이야. 돌아갈 뿐이야.


내가 지겹도록 듣는 위로이다. 한국에서 늦거나 돌아가면 멸시만 받는다는 것을 내가 모르겠는가. 그리고 나도 절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물론 남들 기준으로는 별 거 아닌 이 방황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나의 오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임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제일 빠른 시기라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아니 돌고 돌아서 남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궤도’에 결국 오를게 너무 웃기다고. 돌고 돌아서 원하는 바를 얻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버러지라고 부르지 않는 최소한의 궤도로 돌아간다는 게 갑자기 짜증이 났다.



나는 그냥 삶을 살고 일자리를 얻고 싶었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다시 하고 싶을 뿐이었다. 가능하다면 몇 년은 그 직종에 있고 싶었다. 공무원 시험이나 뭐 창업하거나 이런 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 ‘꿈’을 포기하고 택하는 게 취업인데 왜 나는 그 취업조차 평탄치 않아서 5년을 돌고 돌아야 합니까.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신입 취직은 물론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쉽지 않은 건 모두가 알면서 왜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제때 남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사람은 이리 쉽게 욕하는 걸까.


다시 돌아왔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는 하지 않을 이야기를 하려고 이 매거진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5년의 기간 동안 무언가를 배웠냐고 물어본다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면접이나 자소서에선 그러겠지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전공을 꼭 살려서 취직을 잘하고 한 분야에서 적어도 3년을 겪어보겠습니다. 바로 윗 사수가 팀장급임에도 저를 째려보고 남들 앞에서 제 업무에 시비를 걸다 못해 성질을 내는데 출근을 하고 모두가 저를 싫어하고 저 때문에 팀워크가 망가졌다고 문서에 올려도 참고 다니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다.

너희 같은 새0들이 내 5년을 함부로 대하고 나 같은 초년생에게 거지 같은 대우를 하고 지들은 왕 같은 대접을 바라더라도, 나는 내 5년 소중히 하겠습니다. 니들이 허무하고 의미 없다고 정의하더라도 내 인생 정의는 내가 하겠습니다. 나는 헤매었을지언정,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그런 행복한 하루하루를 모여 행복한 인생을 살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겠습니다.


절대로 당신들 말을 있는 그대로 듣고 나를 내가 폄하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배운 것은 취준이 아니라 인준, 인간답게 내 인생을 바라볼 준비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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