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Jul 10. 2024

직장 내 괴롭힘 생존자가 되어서 할 수 있는 이야기.

근성 없는 젊은이도 목숨은 중요해요.

이제 적당히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첫 제대로 된 정규직이라는 사회생활에서 내 인생 최대의 교양 없는 깡패들을 만난 이야기를 말이다. 아쉽게도 그 모든 일들을 열거하지는 않을 것이다.

멋있어 보이죠?


그런 건 아니고 그런 나이만 40이 넘었고 애도 있는 주제에 양아치 수준의 괴롭힘을 신입사원에게 하려고 출퇴근하는 새ki들을 위해 내 소중한 시간과 브런치 용량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가리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많이 동떨어진다.


나는 많은 젊은이들, 사회 초년생들에게 진리처럼 선배들이, 세상이 하는 이야기가 상황 따라 틀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려고 이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개이다.


1. 회사 밖은 더 지옥이긴 하지만 회사 안에서 죽는 것보다 낫다.

2. 모든 선배들이 다 맞는 건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한심한 사람도 있다.


1. 회사 밖은 더 지옥이라는데.

안타깝게도 제겐 그 회사가 제 인생의 가장 큰 지옥이었습니다.

거 뭐냐, 지옥도 살아 이 세상에 발 붙여놓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이상을 말할 사람은 다 죽어서 없겠죠.


만약 당신이 나와 비슷한 일을 겪어서 매번 쓰레기만도 못한 취급과, 고용 협박(실제로 그들은 인사권이 없다. 그냥 내 마음을 짓밟는 변태적 욕망을 위해 해댄 것.)으로 1분 1초 숨을 쉬는 것조차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같다면.


준비되지 않더라도, 죽기 전에 나오면 좋겠다.



무조건 정답은 아니지만 힘든 시기 버티는 것과 지옥에서 고문받는 것은 다르다. 직장 내 괴롭힘은 후자에 가깝다. 그리고 대부분 사회와 회사는 당신 편을 들지 않는다. 남아있으면 그들이 신나서 샌드백 아니 바늘꽂이로 쓸 것이고 나오면 사회에게 '그것조차 못 버틴 요즘 젊은것들' 혹은 '그 나이 되어서 누구한테 지원받고 알바하는 새끼'가 될 것이다.


뭐가 더 나을까? 둘 다 겪어본 나는 후자가 훨씬 행복했다. 그것조차 못 버틴 엠지 젊은이, 하지만 알바를 하려니 또 늙다리 서른 다 되어가는 여자. 그걸 1년 정도 지내자 지금은 '제법 잘하는 동료'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이전 회사를 퇴사하고 놀랐다. 다음 날 나를 죽이려고 출근하는 덩치 큰 남자와 빼빼 마른 여자가 없다는 것에, 숨을 쉬는데 떨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내가 이렇게 감히 편하게 있어도 될까?

그 마음이 들자 확신했다. 나오길 잘했다고 말이다.


물론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경제가 어렵고 남들에게 나가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그들은 못 나가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못 나가는 이유라기보다는 아직 버틸만한 것이고, 그 버티는 것의 한계를 넘은 사람들은 여러 의미의 이별을 하게 된다. 인간과의 이별, 세상과의 이별, 혹은 자기 자신과의 이별. (무엇으로 해석해도 좋다.)


사람은 목숨이 붙어있으면 어떻게든 살게 된다.


자기 자신을 포기하면 하염없이 추악해지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할 수 있다. 정부의 도움을 받거나, 지원해 줄 수 있는 양육자에게 상담을 하기도 했다. 완전 중소기업에서 계약직, 공공기관 알바, 지인들이 종종 주는 일거리, 그리고 직접 발로 뛰는 알바까지.


 명심하자, 당신은 그 더럽고 치사한 취직난에서 취직을 한번 한 사람이다. 거기서 버텨본 사람이다. 사무실에서 앉아있지만 않을 뿐이지 당신이 잠깐 비를 피할 곳은 많다. 그걸 하면서 회복되면 다시 도전하자.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지...

음식물쓰레기만도 못한 취급에 모든 업무를 내 탓으로 돌리며 모두 나를 싫어한다고 소문을 퍼트리는 직속 상사의 목에 볼펜을 꽂을지 그냥 내 머리에 꽂고 세상을 하직할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커피 머신에 원두를 꽂고 테이크아웃 커피에 빨대를 꽂고 손님에게 또 오시라고 머리 숙이는 게 훨씬 나았다.


전자는 굳이 해보실 필요는 없는 경험이다.

후자는.. 빨대 꽂을 때 입 쪽에 손대지 말라는 조언이나 해 줄 수 있겠다. 클레임 온다.


2. 선배들, 상사라고 다 맞는 것은 아니다. 회사 적응에만 그들의 이야기를 따르라.

날 괴롭힌 사람들을 컨텐츠로 쓸까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인사팀에게 이야기하고 퇴사를 했음에도 더 심해진 그들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내가 그들에게 할 말은 하나다.


과거의 인간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감사하십죠.



저는 퇴사를 하여 저에게 삶을 다시 부여한 과거의 제게 감사하고.

너새끼들은 인간성이 니들처럼 뒤지지 않아서 사람들 앞에서 머리 안 좋은 사람 소리 듣다가 들고 있던 볼펜으로 대가리를 뚫지 않아서 몸성히 살아있는 그 자체를 감사해야 할 것이다.


내가 퇴사를 하겠다고 하자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 줄 아는가? 인수인계? 나한테 욕하기? 나와의 면담? 상급자에게 보고?

아니다.

그 리더들은 가장 먼저 인사팀 팀장과 식사를 했다.

자기들은 나를 너무 아꼈다고 말이다.


이젠 니네 앞날과 몇 안 남은 머리카락이나 아껴라.




새로운 곳들을 많이 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다시 나를 회복해 갔다. 많은 선배들, 친구들, 지인들, 의사소통이 우선인 정상적인 집단, 그리고 이전의 자신감이 넘치던 나 자신을 만났다.


이 세상의 모든 '근성 없는'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희생해 가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그대들의 마음과 몸의 생을 소중히 여기기를.

명예로운 개죽음 대신 띵가띵가 개베짱이가 되어 같이 놀자.

이전 14화 잠깐 낙오되었다고 죽는 건 아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