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예고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미 젖었다면..

by 쫄지마


주말 아침, 바람은 솔솔 불고 공기는 상쾌했다. 마치 “어서 뛰라, 오늘은 네 날이다” 하고 자연이 나를 부추기는 듯했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러닝을 시작했다. 1km, 2km…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이 기분에 기록 갱신까지 하면 완벽한 하루겠네.”


그런데, 갑자기… 후두둑.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어느새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도, 비옷도 없이 그대로 맞으며 뛰는 내 모습은, 누가 보면 재난영화의 단역 같았을 거다. 신발은 첨벙첨벙,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 무거워지고, 마스카라라도 했으면 눈 밑은 이미 팬더였을 테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이 태연하게 말한다.

“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그걸 모르고 나간 거야?”

…그 말 한마디에,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맞다. 예보가 있었는데, 나는 그냥 내 기분만 믿고 나간 거다.

그때 깨달았다. 인생의 고난도 꼭 이와 같다는 걸.


어떤 일은 정말 벼락처럼 닥치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부분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일이다. 연인 시절부터 나를 존중하지 않는 말투를 보였는데, ‘뭐, 그 정도야’ 하고 넘겼다가 결혼생활에서 큰 아픔을 맞이한다. 몸이 녹초인데도 억지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졸음 사고를 낸다. 작은 신호들이 분명 있었는데, 우리는 종종 그걸 무시한다.

그렇다고 고난의 예보를 매번 놓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글쎄, 솔직히 인간적으로 쉽지 않다. 나도 날씨 예보를 무시했듯, 우리는 다들 자기 기분에 취해 달려나가곤 하니까.


그렇다면 중요한 건 뭘까?

이미 젖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쏟아지는 비 속에서 “아, 왜 난 예보를 안 봤을까” 하며 투덜대는 건 비를 더 멈추게 하지 않는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젖은 상황을 인정하고, 최대한 즐겁게 뛰어 집에 도착하는 일이다. 고난도 그렇다. 이미 맞이한 어려움 속에서 더 깊이 빠져들지 않고, 나를 건져 올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삶은 생각보다 자주 비를 내린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경제의 흐름에서도, 아이들의 성장에서도. 그때 우리가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예보를 잘 읽어내는 힘을 기르는 것.

둘째, 이미 비를 맞았을 때는 춤추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나는 아이들에게도 자주 이야기한다. “너를 존중하지 않는 친구와는 오래 가지 마라. 그건 앞으로 네 마음이 다칠 예보일 수 있어.” 상대가 나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태도에서도 힌트가 다 드러난다. 알아채면, 큰 고난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인생의 모든 폭풍우를 피할 순 없다. 하지만 예보를 읽는 눈과 비 속에서 웃을 힘을 가진다면, 고난은 우리를 쓰러뜨리는 대신 단련시킬 것이다.

그러니 다음번 비 소식이 들려올 때,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비가 온다고? 그럼 젖을 준비도, 즐길 준비도 해야지.”

그리고 러닝화 끈을 단단히 조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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