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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L Jun 13. 2023

암흑의 핵심

책 읽는 시간 (가을에서 겨울 지나)

                         

『암흑의 핵심』, 조지프 콘래드 지음, 이 상옥 옮김, ㈜민음사, 1998년     

   19세기의 아프리카는 유럽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유럽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아프리카로 몰려갔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해 간 사람들이 가장 많았을 게다. 거기서 작고 값비싼 물건을 찾아다녔고 교역이란 이름으로 약탈했다. 유럽으로부터 접근성이 좋고 비싼 보석과 향신료가 나는 지역은 영국, 프랑스 등이 선점해 버렸고, 대륙의 가장 안쪽 - 마지막 남은 미지의 영역- 이 벨기에의 차지였다. 그리고 그 암흑의 땅에서 상아라는 백색의 특산품을 발견했다. 약탈자들은 앞다투어 ‘암흑의 핵심’으로 들어갔다.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러시아가 지배하던 폴란드 출신으로 청년 시절의 방황 끝에 영국으로 망명하여 선원이자 작가로 살았다. 실제로 아프리카 콩고지역을 탐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작품에는 ‘말로’라는 선원을 화자로 설정하여 확장된 세계를 보여준다. 선원 ‘말로’는 경제적 목적보다는 순수한 탐험 의지로 바다를 쫓아다니는 인물이다. 수많은 항해 경험 중 아프리카에서‘커츠’라는 특별한 사람을 만났던 ‘체험의 절정’을 이야기한다.     

  

   ‘말로’가 콩고강을 운행하는 기선의 선장으로 일하기 위해 현지에 도착했을 때, 유능한 주재원 ‘커츠’가 있는 내륙 주재소에 가서 병에 걸린 그를 데리고 오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어렵게 그를 찾아냈지만 돌아오는 배 안에서 죽는다. '커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만나고 데려오는 여정에서 '말로'는 어떤 동질감 또는 유대감이 생겼다. 그리고 하나의 신화와 같은 보고서를 통해 커츠의 사상을 이해한다.

 

  ‘커츠’가 왜 밀림으로 들어갔는지 확실하진 않다. 재주 많은 청년이 아름다운 사랑을 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허락을 받지 못해 돈을 벌기 위해 갔을 수도 있다. 또는 이상주의 청년이 허세에 찌든 도시가 싫어 먼 곳으로 떠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 만난 세계에서 자신의 노하우 –달변, 무기, 무관용 – 로 왕국을 건설했다. 그는 밀림의 기운, 원주민들의 세계와 충분히 교감하여 결과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그가 행한 악습들은 백인의 시선에서 악습이지만 원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밀림 안의 질서를 따라가는 과정이었다.


    그가 남긴 기록에는 국제야만 풍속억제협회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고 위엄 있는 선의로 원주민을 교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밀림의 기운은 그를 상아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서슴없이 해치우는 불한당, 악마의 풍속에 병탄 된 영혼을 가진 자로 만들었다. 그를 보내고 돌아온 도시에서 그의 죽음을 되새긴다. 자기 삶을 요약하고 ‘무서워’라는 말로 판정을 내린 그와 비교하면 도시의 안전에 확신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하는 자들은 위험을 모르는 바보들일뿐이었다. 


   이 작품이 발표된 시점에서 100년 이상 지난 현재의 관점으로 볼 때, 자기 시대를 기록한 작가의 시야는 더 좁고 글도 읽기 힘들다. 끝없이 무엇인가 설명하고 있는데 잘 잡히지 않는다. 그것이 '말로'가 '커츠'를 바라보는 시선의 한계일까. 마지막 순간 '무서워, 무서워'를 되뇌며, 밀림의 지배자, 원시 왕국의 제왕에서 한 인간으로 돌아운 '커츠'를 위대한 탐험가의 반열에 놓고 싶었을까? 

 

    제국주의 시대, 한 인간의 광끼, 야만의 잔인한 풍경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영화와 소설로 후세에 많은 영감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진정한 대륙의 주인이었던 원주민의 이야기가 없는 단순한 모험담일 뿐이다. 작가는 거창한 평가보다는 미개한 캘트족의 영국을 점령한 로마군의 이야기처럼 지구가 굴러가는 동안은 반복될 정복자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도 희소한 자원을 찾아다니며 약한 원주민들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반복된다. 이젠 지구를 벗어나 판도라 행성에 가서 아바타까지 만들어가며 그 짓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밀림은 영겁을 살아온 방식으로 침략자들을 뱉어낸다. 인간의 욕망이 문명을 발전시키는지 철학을 퇴화시키는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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