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L Jun 01. 2023

고리오 영감

책 읽는 시간 (가을에서 겨울 지나)

고리오 영감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박 영근 옮김, ()민음사, 1999


    본 작품은 발자크가 1834년 집필을 시작하여 1842년 출간된 작품이다. 혁명 이후 공화정과 제정, 왕정을 반복하는 시대. 자본주의 철학의 태동과  부르주아 계급의 확장되고 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러한 시대적 특징과 계급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들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현시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는 TV 드라마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을 묘사하는 많은 연극, 드라마 중 희극보다 비극이 명작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딸들에 대한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부터 셰익스피어, 발자크를 거치며 끝없이 변주되어 왔고, 한국의 주말드라마는 같은 이야기를 제목만 바꿔가며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말 한마디 못하는 아버지를 오해했던 딸이 모든 것을 알고 돌아오는 장면은 언제나 눈물과 감동을 자아낸다.   

   

   또 다른 드라마인 시골 귀족 청년의 사랑과 야망 이야기는 주중 미니시리즈로 변주된다. 재능은 있으나 배경이 없는 순수한 청년은 재벌/여성의 후견을 받아 출세의 길로 들어선다. 버려진 옛 연인은 복수하거나 기다리거나. 주요 캐릭터에 집중하고 반전되는 사건 속에 비장한 엔딩으로 끝난다. 요즘은 결말에 대해 시청자 의견이 분분해지자 열린 결말로 대충 마무리한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드라마 한 편은 나온다’라고 표현한다. 하나의 드라마 안에 모두가 주연이었고 스핀오프를 만든다면 끝도 없이 연결된다. 발자크가 보여주는『인간 희극 은 오히려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선택하게 한다.

       "그때 내가 그것을 했더라면……. 그때 그놈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선택의 순간이 그 이후의 인생을 바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감정을 이입해  본다면, 마지막 순간 주인공 ‘라스티냐크’가 고리오 영감의 두 딸 중 동생인 ‘뉘싱겐’ 부인의 집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결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리오 영감이 두 딸의 행복을 위해 희생했다면 라스티냐크는 두 딸을 출세를 위한 사교계 진출의 도구로 활용하려 했다. 처음에는 언니에게 접근했으나 실수가 있었고, 다시 동생을 이용하여 기반을 잡아가고 있었다. 고리오 영감의 죽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그가 왜 동생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금전적으로 압박받고 몰락하는 귀족 부인보다는 은행가의 부인이 앞으로의 세상에서 더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일 수도 있다.

  

   고리오 영감의 죽음은 가부장제와 아버지의 책임을 중요한 시대가 저물고 야심과 자본이 꿈틀대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보트랭’과 같은 유형의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하게 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한다.  여성 주인공들도 강인하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잡아가는 갈 것이다. 가문을 상징하는 긴 이름을 떼어내고 음모의 화신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 중에는 변화의 한복판에 놓인 인물들의 선택에서 교훈을 얻고 그 시대에 대한 간접 경험을 통해 현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 작품에 묘사되는 근대 프랑스의 풍속과 여성들의 사생활이나 가치관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주요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랑, 출세, 돈에 대한 집착과 열정은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으로 다가온다.

 

이전 07화 이방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