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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L May 25. 2023

이방인

책 읽는 시간 (가을에서 겨울지나)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김 주경 옮김반니, 2018


    본 작품에는 주인공 뫼르소를 중심으로 세 개의 죽음이 등장한다. 출발점이 되는 엄마의 죽음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죽음이다. 두 번째, 아랍인의 죽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충동적 타살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행될 예정인 뫼르소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자살의 범주에 속한다. 


    뫼르소에게 엄마의 죽음은 오래전 일이다. 양로원에서 온 전보를 통해 사실을 확인할 뿐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경제 부담과 대화 단절을 이유로 양로원에 보냈을 때부터 엄마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새삼 애틋하거나 애도의 감정이 솟구칠 이유가 없다. 뫼르소의 살인은 충동의 결과이다.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속죄는 없다. 아랍인은 동생을 괴롭힌 자를 응징하려 따라왔던 해변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정말 재수 없게 죽었다.


    어머니의 장례식 때 보여준 행동처럼 뫼르소는 기본 욕구에 따라 사는 인물이다. 살인범으로 수감된 후에도 자신의 욕구(성욕, 흡연 욕구, 바다 수영 등)에 대한 제약을 형벌로 생각했다. 이 형벌을 통해 자유인의 사고방식에서 수감자의 사고로 전환된다. 처음으로 엄마의 양로원 생활을 이해했다. 공판 과정을 구경꾼처럼 관찰하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아랍인의 운명을 결정했듯. 

   피고에게 주어진 발언 기회는 모든 것을 말하기엔 너무 짧았고, 뒤죽박죽 장광설을 늘어놓았지만, 그들은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것만 기억하고 비웃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좀 일찍 죽는 건 분명하다. 

              어차피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체념한 듯했지만 사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여자 친구 걱정까지 하던 그때 사제가 방문한다.

신의 선택이 아닌 인간의 선택, 신에 대한 반항과 인간의 자유 의지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놀이’이다.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감정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만을 따라가며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듯 죽음을 받아들인다.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교도소에 수감된 뫼르소가 엄마를 생각하며 죽음의 의미를 되새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었는가로 죽음을 평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죽음의 순간에 인간은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햇빛 때문에 살인을 한 사나이’라는 기억으로 남아있던 작품. 서점의 청소년 추천 도서 코너에서 이 책을 찾았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러보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오의 외침으로 가득 차더라도 처형의 날에 외로워지고 싶지 않았던 뫼르소의 소망마저도 너무 솔직한 탄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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