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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L May 10. 2023

다섯째 아이

책 읽는 시간 (가을에서 겨울 지나)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지음, 정 덕애 옮김, ㈜민음사, 1999,2021년


     번개는 흔히 말하는 천벌. 인간의 교만에 대한 신의 노여움이다. ‘벤’의 탄생에 대한 해리엇의 답이었다. 완벽한 우리 가정에 왜 저런 아이가 태어났을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고집에 난처해할 때, 해리엇은 ‘우리’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주장한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면서 시작된 인간의 교만에 대한 처벌이라고.        

   

    도리스 레싱의 작품 『다섯째 아이』는 한 가정에 태어난 특별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면서 행복한 가정과 모성애의 의미에 대해 계속 질문한다. 보수적 가치관의 데이비드와 해리엇 부부는 빅토리아 풍의 교외 저택에서 많은 아이들을 키우며 친척들의 축복 속에 사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했다. 넷째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파괴적인 다섯째 아이 ‘벤’의 탄생은 그들에게 끊을 수 없는 혼란을 가져왔다. 통제할 수 없는 아이. 가족의 평화를 위해 요양원으로 보냈다. 요양원의 비참함을 목격한 엄마는 아이를 살려야 했다. 집으로 다시 데려와 학교에 보내지만, 형제들로부터 분리하여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다. 결국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비슷한 부류의 아이들과 어울려 집을 떠났다.  

  

    해리엇이 벤에 집착하는 시간 동안, 소외된 네 아이는 각자의 뜻대로 집을 떠났다. 친지들의 방문도 뜸해지면서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빅토리아풍 저택을 팔고 두 부부만의 삶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벤’이 살아있다면 지금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의 격변기에 갱스터 랩을 하거나 육체를 더욱 단련하여 격투기 선수로 성공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공포의 대상이었던 요양원에 다시 감금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나쁜 행동을 하면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 말하는 해리엇의 최종 결론이 벤의 평생을 지배하고 도망치는 삶을 강요했을 것이다. 진짜 벤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해리엇은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며 최선을 다했다. 교사와 의사들은 벤을 적응이 늦은 아이일 뿐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이는 스스로를 ‘불쌍한 벤’이라 부른다. 자신의 운명에 지친 헤리엇은 불쌍한 벤이 잘하는 것, 진정으로 원하는 것,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 매일매일 그 아이를 살아있게 하는 것만으로 벅차다. 불량한 친구를 사귀고 나가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살아있으면 다행이었다. 그것이 아이를 요양원에서 구해 온 이유였다.        


    그렇다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벤'은 안전했을까?  울타리는 외부의 위협에 대응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울타리 내부에 있다.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끝없이 희생을 강요받는 한 사람이 있다. 그것이 숭고한 엄마의 역할이라고 세뇌한다. 해리엇을 힘들게 한 것은 벤이 아니라 벤에 대한 책임을 모두 그녀에게 맡기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그녀도 남편이나 전문가들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엄마의 도리가 아니라는 전통의 가치관에 힘들어한다.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을 불가항력의 문제, 신의 뜻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벤과 다른 아이들이 떠나고, 작은 집에서 새롭게 시작할 때, 그녀의 나이는 마흔다섯이다.

    이젠 해리엇도 죄책감을 내려놓고 신과의 화해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기 인생을 다시 만들기를 바란다. 우리 주변에 신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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