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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Aug 04. 2017

멋대로 끄적이기

생각 정리

 아무 것도 특별하고 잘난 것 없는 나 따위도 그것을 아는데 너라고 모를리가 없었다. 내가 만나는 누구라도 그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친절한 사람을 의심하고 오만한 사람을 동정하는 것은 이 '안다'는 것에서 나왔다. 친절하고 상냥한 이에게도 얼마나 많은 거짓과 속임수가 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자주 남의 이목을 끌고 싶어하거나 여러 틀로 남을 조종하고 싶어하는 지도 안다. 반대로 오만하고 무례한 사람이 또 얼마나 단순해서 솔직한 지도 안다.

 하지만 세상 살기엔 솔직하게 무례한 것보단 가식적으로 친절한 방법이 낫고 가식적인 친절함보단 가식같지 않은 친절한 척이 더 낫다.(사실 솔직할 용기가 없어 그런 것을, 스스로 속에선 친절한 '척'을 적선하듯 주는 것처럼 합리화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선 재치와 순발력,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 마지막 단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을 나는 가장 의심한다. 친절하고, 진정 친절해 보이는 사람을 의심한다. 설사 아무 의도 없이 친절하다 해도 과연 그 친절이 어느 상황, 어느 누구에게나 공짜표처럼 뿌려질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한다. 그리곤 그 친절했던 누군가가 경계를 풀고 언젠가 무례하고 눈치 없는 오만함을 한 번 나타내면 난 안도한다. 그렇지. 그래야 사람이지. 더럽고 추잡하지만 그것을 잘 다듬어 세상을 살아가도록 친절해진 게 사람이지.

 난 어느순간부터 이것을 서글퍼했다. 어떤 것만은 특별하다고 수없이 생각해도 나 역시 사람이라는 것. 결국 사람에게 품위란 이따위 것을 알고 인정하는 모습 정도가 다겠구나. 그 후로 시간이 더 지난 지금 난 이제 서글프지 않다. 그저 사람이라는 굴레 속에 멋대로 퍼져있기를 즐긴다. 내가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옆의 사람도 별 볼일 없다. 인간을 인정하고 나면 추하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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