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잔 - 살아가는 법칙

이기심으로부터

 오래전 과거의 난 친해지고싶은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해 (그것이 동성이든 이성이든)많은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난 미숙하다.)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날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친하지도 않은 내가 무작정 다가가면 날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결과는 정말 맞았다. 날 부담스러워했었다. 그 이유는 나라는 사람 자체때문이 아니라 나의 저런 생각들때문에. 나에 대한 타인의 판단이 내 존재 이유의 전부였던 그 시절의 부자연스러웠던 생각이 내 행동에 제약을 걸었고 그로인해 어버버버... 혹은 날카롭고 차가운 모양새로 내 마음이 나갔다.

 상대는 놀랐다. 차갑네, 벽이 있네. 등으로 날 판단하기 시작했다. 난 당신들과 친해지고 싶은 것이고 그게 사실 조금은 어려웠던 것 뿐이고 너희에게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은데 결국 내가 던진 부메랑이 돌아와 나에게 다시 꽂혔다. 사실은 나도 너희와 똑같은 사람이라 이게 어렵고 저건 쉽고 이게 무겁고 저건 또 가볍고 그냥 그런 것 뿐인데, 쓸모 없는 저런 생각들에 갇혀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고작 슬쩍슬쩍 웃고, 상대가 하는 말에 맞장구를 치고, 싫어도 딱히 싫지는 않은 척, 좋아도 무지막지하게 좋지는 않은 척 정도 밖에 없었다. 나에 대한 타인의 편견은 결국 내가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답답하고 허무했다. 난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인간인데 대체 내가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내 생각으로 날 감싸고 그걸 방패삼아 그곳이 안전한 척 꽁꽁 숨어살아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 물론 타인이 나에게 제공한 원인은 없었다. 나 스스로 내 생각에 문턱 하나 정도를 걸어놓고 살아왔던 것 그게 다였다. 어찌 보면 굉장히 허무했다. 지금껏 내 발목을 잡아왔던 건, 내 허상이었구나. 생각하면 연약함에 빗장을 걸고 살아온 내게 배신감마저 들기도 했었다. 탓할 곳은 결국 나라는 사실에 내가 낯설어 지기도 했다.

 결국 사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편한 게 좋고 즐거운 게 좋다. 슬픈 게 아프고 아픈 건 괴롭고 괴로운 건 그냥 싫은 거다. 먼저 손을 내미는 건 무섭고 다가온 손을 덥석 잡기엔 아직 내밀지도 않은 손이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아닌척만 안하고 살고싶다. 좀 더 철저히 이기적으로, 내 마음 속 즐거움에 집중하고 다신 오지 않을 이 순간순간의 감정들, 상황들에 집중해서 1분 전도 행복하고 지금도 행복하고 1분 후도 행복하고 싶다. 생각이 진중한 것과 또 타인을 배려하는 것과 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두려움 없이 감정에 집중하고싶다.

 그러려면 이기심으로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