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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Apr 19. 2018

나무의 뇌

나무조차 생각이 많아 보인다니, 그럼 이제 무얼 부러워할까.


그렇다면 동물이 되겠어요. 당신들은 내 세상을 치고 눌러 던져버리죠. 떡찧듯 빻아버리는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죠. 힘이 센 당신, 화를 주체할 수 없는 당신들, 속이 상한 게 많은 당신들이라 가엾습니다. 난 이렇게 훈련이 됐어요. 당신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힘을 기르도록 자존심을 지켜왔죠. 불쌍한 당신들, 손을 뻗어 쓰다듬어주길 기다리죠. 난 괜찮을만큼 무심해졌어요. 화가 나지 않는 다는 게 마음 쓰이지 않을 정도로 동물이 돼갑니다. 난 관광당하고, 그것을 개의치 않아합니다. 아프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지한 게 슬픈 건 아니라고 자부합니다. 내 영리함은 거기까지 입니다.

현상과 시각은 바뀝니다. 내 영리함의 각도가 어디까지 벌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찢어뜨려볼까요 차라리. 어떤 현상이 와도 무감할 수 있도록 애초에 날 밟아놓을까요. 피해의식의 모근을 뿌리째 박멸할까요. 감정을 알되 느끼진 않는 정도로 현명함을 키워볼까요. 나보다 작은 당신들, 안쓰러운 것들, 무시해볼까요. 나보다 큰 바람을 느낍니다. 내게 아무런 움직임도, 행동도 바라지 않죠. 나를 찧지도, 빻지도,  나보다 더 센 것을 강조하지도, 않죠.

방랑을 시작합니다. 바람을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사랑해봅니다. 가끔 내 표피가 어딘가에 박제 돼 끝없이 관광 당하고 내 영혼은 그것을 재미나게 바라보는 순간을 상상합니다. 그정도의 초월입니다. 농단에 오른 나를 그립니다. 영리함의 끝은 무지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엇도 느끼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바라봅니다. 당신들을 향한 내 연민은 그곳에서 나옵니다.

동물이 돼갑니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불쌍하다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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