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를 낳는 걸까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세상에는 아이를 낳은 분들도, 아이를 낳지 않은 분들도 아이를 낳고 싶지만 낳지 못하는 분들도, 아이를 낳고 싶지 않지만 낳게 된 분들도 많을테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말하는 것 조차 어렵긴 하다.
예전부터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했었다. 결혼은 왜 하며 출산은 왜 하는 것인가에 대해. 누군가가 좋으면 연애만 해도 되는 걸 굳이 법적인 절차를 밟고 남들 앞에 공표를 하면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들어가고, 그 힘들다는 출산과 육아는 또 왜 하는 건지… 그렇게 힘들고 괴로운 게 많은데 왜 굳이 그 일을 벌려놓으려고 하는 건지.
사실 좀 회의적이었다. 지금도 긍정적인 생각만 들진 않는다. 결혼까지는 성인이 된 두 사람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본인들끼리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니 굳이 가치판단까지 할 건 아니라고 보지만… 출산은(피해를 입어서 어쩔 수 없이 낳게된 것을 제외하고..) 누군가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아무리 미화해도 윗세대의 욕심이나 무지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왜냐면 그 아이에겐 낳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낳은 게 아니니까… 정작 그 인생을 살게 될 당사자에겐 ‘네가 이런 세상에서 살아도 되겠니..?’ 라고 안 물어봤으니까…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당연히 감사한 부분이고 잊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이 내게 보여주신 사랑과 노력에 대해 더 고개가 숙여지고 잘 해드리고 싶단 생각도 더 커진다. 나를 낳아서 키우며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고민과 괴로움을 많이 겪으셨을 테니까. 죄송한 마음도 감사한 마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아무리 미화해도 부모가 ‘출산’을 하는 것 자체까진 미화할 수 없겠더라. 자식의 의견을 물어보고 낳은 게 아니기에. 어쩌면 아예 낳지 않고 존재하지조차 않게되는 게 이 세상을 겪으며 깎이고 다듬어지는 그 숭고한 과정보다 더 값질 수도 있지 않나. 아예 태어나지도 않으면 이런 과정 자체를 모를테니… 이런 과정을 전부 아는 것 보다 낫지 않았을까 하는…
모든 인간은 그 부모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최대한의 노력으로 잘 키워도 분명 어딘가엔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고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자존감의 균열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자식이 오롯이 감내해야하는데… 그런 걸 이미 다 겪으신 분들이 굳이 아이를 낳은 이유는 뭘까. 난 정말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그 분들의 ‘욕심’ 아니면 ‘무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ㅠㅠ 부모를 탓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무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말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그 두 가지 밖에 없다.
자신들이 아무리 잘 키울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어도 분명 세상의 힘은 더 크다. 한 개인에게 미치는 세상의 힘은 부모의 사랑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부모는 그 자식보다 일반적으론 더 오래 살지도 못한다. 결국 부모 곁을 떠난 자식은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야한다. 부모의 욕심과 무지로 낳은 아이가 자신의 의지도 없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그 아이가 이젠 오롯이 홀로 세상을 견디며 살아야한다. 물론 그 세상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시는 것도 부모님의 노력이었고 그정도에 준하는 힘을 길러주신 가정이라면 다행이긴 할테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건, 내가 결혼을 생각함과 동시에 출산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줄곧 출산은 아이에게 부모가 빚을 지는 일이고, 아이에게 미안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도 그 이기적인 행위를 나 또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너무 싫다. 사실 너무 거북하다. 이런 욕심이.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에게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나 자신보다 사랑하는 존재를 만들어 그 존재에게 희생한다해도 그만큼 행복을 많이 가져다 주길, 내 노후를 책임 져 주길, 내 외로움과 공허함을 책임 져 주길,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내 배우자와 시들해질 관계를 개선시켜 줄 다리 역할을 해주길, 우리 가정을 굳건히 지켜 줄 단단한 끈 역할을 해주길, 아기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싶은 내 욕망을 채워주길, 훌륭한 자식을 키운 부모 공을 누릴 수 있게 해주길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출산은 부모 욕심이다. 욕심을 부린 게 아니라면 그냥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무지했거나.
사실 이런 생각을 적으면서도 조심스럽고 또 죄송스럽다. 이게 나로썬 정말 맞는 생각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는 없다. 무언가 신성한 영역에 반기를 들고 금이 가게 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거란 걸 알기에.
그리고 또, 나또한 저런 욕심과 무지를 부리고 싶어지는 때가 분명 올 거란 걸 알기에. 부끄럽지만 그런 게 인간인가보다. 자식을 제일 사랑한다지만 그런 자식이 살아갈 혹독한 세상을 인지해주기보다 자식을 ‘낳고 싶은’ 내 ‘욕망’이 우선된. 그런 게 인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