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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Feb 04. 2023

출산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생각

왜 아이를 낳는 걸까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세상에는 아이를 낳은 분들도, 아이를 낳지 않은 분들도 아이를 낳고 싶지만 낳지 못하는 분들도, 아이를 낳고 싶지 않지만 낳게 된 분들도 많을테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말하는 것 조차 어렵긴 하다.


예전부터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했었다. 결혼은 왜 하며 출산은 왜 하는 것인가에 대해. 누군가가 좋으면 연애만 해도 되는 걸 굳이 법적인 절차를 밟고 남들 앞에 공표를 하면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들어가고, 그 힘들다는 출산과 육아는 또 왜 하는 건지… 그렇게 힘들고 괴로운 게 많은데 왜 굳이 그 일을 벌려놓으려고 하는 건지.


사실 좀 회의적이었다. 지금도 긍정적인 생각만 들진 않는다. 결혼까지는 성인이 된 두 사람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본인들끼리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니 굳이 가치판단까지 할 건 아니라고 보지만… 출산은(피해를 입어서 어쩔 수 없이 낳게된 것을 제외하고..) 누군가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아무리 미화해도 윗세대의 욕심이나 무지에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했다.

왜냐면 그 아이에겐 낳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낳은 게 아니니까… 정작 그 인생을 살게 될 당사자에겐 ‘네가 이런 세상에서 살아도 되겠니..?’ 라고 안 물어봤으니까…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당연히 감사한 부분이고 잊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이 내게 보여주신 사랑과 노력에 대해 더 고개가 숙여지고 잘 해드리고 싶단 생각도 더 커진다. 나를 낳아서 키우며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고민과 괴로움을 많이 겪으셨을 테니까. 죄송한 마음도 감사한 마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아무리 미화해도 부모가 ‘출산’을 하는 것 자체까진 미화할 수 없겠더라. 자식의 의견을 물어보고 낳은 게 아니기에. 어쩌면 아예 낳지 않고 존재하지조차 않게되는 게 이 세상을 겪으며 깎이고 다듬어지는 그 숭고한 과정보다 더 값질 수도 있지 않나. 아예 태어나지도 않으면 이런 과정 자체를 모를테니… 이런 과정을 전부 아는 것 보다 낫지 않았을까 하는…


모든 인간은 그 부모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최대한의 노력으로 잘 키워도 분명 어딘가엔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고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자존감의 균열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자식이 오롯이 감내해야하는데… 그런 걸 이미 다 겪으신 분들이 굳이 아이를 낳은 이유는 뭘까. 난 정말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그 분들의 ‘욕심’ 아니면 ‘무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ㅠㅠ 부모를 탓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무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말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그 두 가지 밖에 없다.


자신들이 아무리 잘 키울 자신이 있다고 자부했어도 분명 세상의 힘은 더 크다. 한 개인에게 미치는 세상의 힘은 부모의 사랑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부모는 그 자식보다 일반적으론 더 오래 살지도 못한다. 결국 부모 곁을 떠난 자식은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야한다. 부모의 욕심과 무지로 낳은 아이가 자신의 의지도 없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그 아이가 이젠 오롯이 홀로 세상을 견디며 살아야한다. 물론 그 세상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시는 것도 부모님의 노력이었고 그정도에 준하는 힘을 길러주신 가정이라면 다행이긴 할테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 내가 결혼을 생각함과 동시에 출산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줄곧 출산은 아이에게 부모가 빚을 지는 일이고, 아이에게 미안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도  이기적인 행위를  또한 해볼  있지 않을까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너무 싫다. 사실 너무 거북하다. 이런 욕심이.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에게 욕심을 부려선  된다.  자신보다 사랑하는 존재를 만들어  존재에게 희생한다해도 그만큼 행복을 많이 가져다 주길,  노후를 책임  주길,  외로움과 공허함을 책임  주길,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배우자와 시들해질 관계를 개선시켜  다리 역할을 해주길, 우리 가정을 굳건히 지켜  단단한  역할을 해주길, 아기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길, 훌륭한 자식을 키운 부모 공을 누릴  있게 해주길 등등아무리 생각해도 출산은 부모 욕심이다. 욕심을 부린  아니라면 그냥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무지했거나.


사실 이런 생각을 적으면서도 조심스럽고 또 죄송스럽다. 이게 나로썬 정말 맞는 생각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는 없다. 무언가 신성한 영역에 반기를 들고 금이 가게 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거란 걸 알기에.


그리고 또, 나또한 저런 욕심과 무지를 부리고 싶어지는 때가 분명 올 거란 걸 알기에. 부끄럽지만 그런 게 인간인가보다. 자식을 제일 사랑한다지만 그런 자식이 살아갈 혹독한 세상을 인지해주기보다 자식을 ‘낳고 싶은’ 내 ‘욕망’이 우선된. 그런 게 인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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