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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Nov 03. 2016

스물 세번째 잔 - 부모라는 이유

엄마 아빠는 뭘 하고 계실까요?


새벽에 제 방에 누군가 들어왔어요.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장판은 틀고 자는지 걱정 가득한 엄마가 조용히 제 침대 밑을 만지고 갑니다. 분명 피곤해서 자고 있던 엄마가 고작 그게 생각나서 일어나 제 방에 온거더라고요. 어찌보면 작은 호의였지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희 엄마는 욕심도 질투도 애교도 많고 씩씩하세요. 저희때문에 딱히 손해를 보면서 사는 분 같지 않아요. 겉으로 보기엔ㅋㅋ 친구같거든요. 그래서 우리 엄만 어딜 가도 잘 살아갈 도도한 공주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그런 엄마가 유독 저희 앞에서만큼은 여려지는 것 같아요. 상처도 잘 받고 애교도 더 많아지고 뭐 그냥 걱정도, 감정 기복도 심해지나봐요.


전 그에 비해 굉장히 뚝뚝하고 말도 별로 없는 딸이에요. 막내라 애교나 어리광이야 있지만 제 얘기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달까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딱히 내비치려고 하지도 않고 유난히 가족 앞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걸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을 조금씩 고쳐보려고요. 제가 하고 있는 공부, 일, 이것들을 지금까지는 나만을 위해서 준비하고 나의 행복과 기쁨만을 위해서 해왔지만 엄마 아빠에게도 조금은 그 이유를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나의 기쁨이 엄마의 기쁨이다는 변명같이 공상적인 말 말고, 정말 제 움직임이 엄마와 아빠의 기쁨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단 한 가지라도 있는, 꽤 구체적인 삶을 찾아보려고요.


기쁘고 열심히 멋지게 움직여봅시다. ^^

전 튼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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